현대차,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세단 차종 일부 멕시코 이관

8조원 투자할 전기차 미국생산 위해…내연기관 세단 이전 추진

현대차그룹이 현재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의 내연기관 세단 라인업을 유휴 설비가 있는 기아 멕시코 공장으로 옮기고, 빈자리에 전기차와 목적 기반 차량(PBV), 픽업트럭 등의 생산 설비를 확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8일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74억달러(한화 8조1400억원) 규모의 미국내 투자계획을 발표한 현대차그룹은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할 전기차 모델을 내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전기차 생산시설 위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재 현대차와 기아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 몽고메리와 조지아 웨스트포인트에서 전기차도 생산할 것”이라면서 “다른 지역에 공장을 신설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정의선 회장이 지난달 이미 앨라배마 공장을 돌아보며 전기차 생산시설 확충을 지시했이며 현재 앨라배마와 조지아에서 생산중인 차종 가운데 일부를 기아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경제매체 이데일리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16년 준공한 기아 멕시코 공장의 가동률 향상을 위해 차종 다양화 및 전략차종 생산 등을 검토해왔다. 현대차 그룹 고위 관계자는 “향후 현대차와 기아 모두 미국공장을 수익성 중심으로 개편할 것”이라며 “미국(공장)은 새로 출시하는 소형 픽업트럭과 SUV, 그리고 내년부터 새로 생산될 전기차 중심으로 생산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센티브(할인폭)가 높거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세단은 기아차 멕시코 공장으로의 이관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생산 차종 전환이 이뤄지고 전기차 위주로 개편된 후 현대차 몽고메리 공장이 생산할 첫 전기차 모델은 아이오닉5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처음 적용된 모델이자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번째 모델로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는 북미시장에서는 가을부터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기아 조지아공장의 생산 후보로는 역시 E-GMP가 적용된 첫 전용 전기차 EV6가 꼽힌다. 기아는 18일 한국 화성공장에서 생산된 EV6를 북미시장에 처음 공개했고 미국 현지 생산은 내년 중에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공장은 지금까지 생산효율과 가동률 향상을 위해 현지 전략형 모델 2~3개, 그것도 SUV 1개 차종, 세단 2~3개 차종만 집중해 생산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이 SUV 재편되면서 SUV 모델 여러개를 한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최초의 픽업트럭까지 생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아 텔루라이드와 현대 투싼이 추가됐고, 대신 쏘나타 일부 물량을 한국으로 되돌려보내는 등 차종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K3와 리오, 현대 엑센트 등 소형 세단을 생산하는 기아 멕시코 공장은 코로나19으로 인한 현지 경기위축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세단 인기 저하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작년 3분기 멕시코 공장 가동률은 54% 수준으로 조지아 공장의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동률이 위험수위에 이른 멕시코 공장을 되살리기 위해 미국 공장 이관을 통한 차종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공장의 생산 차종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 효율적인 생산계획안을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전경. / H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