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위’ 주지사, 이번엔 “노숙자들 호텔로”

쉼터 밀집생활 150여 명 위해 고급숙소 지원

코로나 대응 호평에 차기 대선주자로 떠올라

미국 볼티모어시 고급 호텔이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된 노숙자들의 거처로 변신하고 있다. 좁은 방에 여러 명이 기거하는 기존의 쉼터 대신에 텅빈 시내 호텔을 임시 노숙자 보호소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

23일 지역 매체인 볼티모어선에 따르면 이 도시의 노숙자 쉼터에 머물고 있던 150여명은 이번 주말부터 시내 호텔에서 숙식하기 위해 짐을 옮겼다. 이 조치는 메릴랜드 주지사인 래리 호건과 볼티모어시의 버나드 영 시장의 도움으로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다.

◇ 텅빈 호텔이 노숙자 보호소로 ‘변신’

이들의 이동은 지난주 볼티모어 내 가장 큰 웨인버그 쉼터에서 지내던 노숙인 4명과 이들을 돌보던 간호사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직후 결정됐다.

쉼터에 머물고 있던 노숙인들은 시내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로 옮겨질 예정이며 쉼터 직원들도 같이 이동해 노숙자들을 돌보게 된다. 식사도 이전처럼 도우미들이 제공한다. 볼티모어 시내 호텔들은 현재 대부분의 직원들이 해고된 상태다.

래리 호건 주지사와 유미 호건 여사/Larry Hogan Twitter

버나드 영 시장 대변인은 호텔 비용을 밝히지는 않은 채 시 당국이 비용을 계산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앞서 지난주에는 약물중독 치료시설인 볼티모어스테이션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해 사람들이 호텔로 옮겨졌다.

지난 6일 볼티모어 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이런 호텔의 변신은 볼티모어 주거 보장 단체들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활동가들은 매일 밤 쉼터 작은 방들에 300명의 노숙인이 모여든다면서 코로나19 위험을 완화하려면 호텔 방을 임시 노숙자 보호소로 개조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 ‘한국 사위’ 호건 주지사 결단력 뽐내

호건 주지사는 이 주장을 반영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과감한 결단력을 보이며, 지난 달 그는 힐튼 호텔을 코로나 환자들을 위한 치료 시설로 쓸 용도로 확보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 이후 미주 한인의 날, 태권도의 날을 지정하는 등 한국에 대해서 남다른 애정을 보여 ‘한국 사위’라고 불렸다.

앞서 20일에는 한국계 부인의 도움을 받아 50만회 분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한국으로부터 공수했다고 밝히고 “한국 국민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메릴랜드가 민주당 텃밭임에도 2018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일약 정치 스타로 떠올랐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지도력과 결단력까지 가진 지도자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차기대선에 도전할지도 모를 일이다.

볼티모어시내 래리슨호텔 내부<부킹닷컴 웹사이트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