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간 감염 적고 대부분 어른한테 옮아”

미국 연구팀 “소아·청소년은 어른한테도 잘 안옮겨”

“방역지침 따르면 학교에서 감염확산 가능성 적어”

미국에서 소아·청소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따를 경우 코로나19의 학교 내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다.

버몬트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지난 10일 스위스와 중국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아이들이 코로나19를 전파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대부분 성인들로부터 감염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같은 날 미국 소아과학회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진은 아이들 간 또는 아이들이 성인에게 전파하는 경우는 드물며 많은 학교들이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안전지침을 따르고 지역사회 전파율을 고려할 경우 코로나19로 학교 문을 닫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게재하며 최근 해외에서 보고된 사례 몇 가지를 예로 들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에서 4월 10일까지 한 달간 스위스 제네바대학병원에서 가정 내 접촉이 의심되는 16세 미만 청소년 및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른 이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는 아동은 단 8%에 그쳤다.

또한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27일까지 중국 칭다오 여성아동병원에 입원한 환아 68명 중 96%가 가정에서 성인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중국 내 연구에 따르면 우한 외곽의 한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코로나19환자 10명 중 9명이 성인으로부터 감염됐으며 1명만 아동대 아동 감염 가능성이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흥미로운 사례가 보고됐다.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피코르나바이러스와 독감인 A형 인플루엔자 그리고 코로나19에 동시에 감염 증상을 보인 9세 소년이 학교 3곳에서 80명의 아이들과 접촉한 것이다.

조사결과 인플루엔자 감염이 다수 발생할 정도로 호흡기 감염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었음에도 코로나19 2차 감염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선 15개 학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학생 9명과 직원 9명이 모두 735명의 학생과 128명의 교직원들과 접촉한 사례가 있었다. 그중 학생들 간 2차 감염은 단 1건 발생했다.

윌리엄 라즈카 바몬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 감염 교수는 “놀라운 데이터”라며 “핵심은 어린아이들이 전염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발병)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들이 덜 감염되고 덜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많은 데이터가 있다”며 “(감염은) 안전 수칙을 따르지 않는 성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린 코로나19 환자 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독일의 연구에선 환자들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량은 다른 연령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된 아이들은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침이 약하고 횟수도 적어 감염을 일으키는 비말(침방울)의 분비가 성인들보다 작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나이가 어릴수록 가까운 접촉이 가정으로 제한돼 어린 환자들이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코로나19의 중요 전파원이 아니라는 것은 수학적 모델로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모델에 따르면 지역사회 전체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질병 확산에 훨씬 더 효과적이며 학교를 패쇄한 것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코로나19 확산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어른들이 마스크 착용 없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모이고 있다”며 “여러 가지 증거로 미루어볼 때 아이들 간 전염보단 성인들이 아이들을 감염시킨다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로 떨어져 앉은 채 여름학교 수업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