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 판사 25%가 ‘트럼프 사람’

보수파 ‘법원 장악’ 프로젝트 성공적 진행

미국에서 2심을 재판하는 연방항소법원(순회법원)의 판사 4명 중 1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13개 순회법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는 50명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권 1기의 첫 3년 동안 임명했던 판사 25명의 두 배에 달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권 8년 동안 임명한 순회법원 판사는 55명이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들로 인해 13개 순회법원 가운데 3곳은 공화당이 지명한 판사들이 과반을 차지하게 바뀌었다. 이 3곳은 트럼프 임명 이전에는 민주당 지지 판사가 과반을 차지했다.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게 바뀐 순회법원 3개 중에는 뉴욕의 제2순회법원도 포함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종신제인 순회법원 판사 자리에 보수적 성향을 갖춘 더 젊은 인물들로 채웠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3년 만에 향후 수십년동안 사법부가 보수적 색채를 띨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WP는 평가했다. 트럼프는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의 승패와 무관하게 일종의 유산(legacy)을 남기는 초석을 마련한 셈이라고 WP는 봤다.

올해 순회법원 3곳에서 판사들 과반의 성향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면서 정책 변화의 가능성이 커진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적, 개인적으로도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상에서 다른 사용자를 차단하는 것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던 1심에 대한 항소심이 열리는 법원은 공화당이 과반으로 바뀐 뉴욕 제2순회법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가 판사 142명을 공석으로 남겨뒀다”며 이렇게 많은 판사들을 임명할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많은 판사들을 공석으로 남겨둔 것이 아니라고 WP는 지적했다.

오바마 퇴임 전 2년 동안 상원에서 판사 인준이 늦어졌기 때문이고 이를 주도한 것은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 대표라고 WP는 설명했다. WP는 매코널이 사법부의 보수화를 공격적으로 밀어 붙인 행동대장으로 미 사법부의 인물 지형도를 바꾸는 데에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남은 순회법원의 판사 공석은 1개뿐이지만 내년엔 늘어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집권 2기에 더 많은 판사들을 임명할 전망이다.

대법원에서도 추가 공석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3년 임명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86세로 건강 문제가 있다. 클린턴이 임명했던 또 다른 대법관 스티븐 브레이어 역시 80세가 넘는 고령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