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서 ‘핵우산 강화 공동문안’ 내놓나

북한의 노골적 핵위협에 대응…한·미·일 핵우산 협의체등 거론

나토식 ‘아시아 핵기획그룹’ 제안도…미 대중 압박전략과 연계

윤석열 대통령, 4월 26일 미국 국빈 방문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내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외교가의 최대관심은 과연 한미 양국이 내놓을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어떤 내용이고, 또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쏠린다.

27일 한국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 70년의 의미를 강조하는 한편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문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비책과 이를 위한 세부 실행계획을 함께 마련하는 게 골자로 보여진다.

국제정치학에서 억제(deterrence)란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우리가 보복할 수단이 있음을 뜻하는 능력(capability), 그리고 그 보복을 확실히 할 뜻이 있음을 상대가 정확히 알도록 하는 의사전달(communication), 마지막으로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 경우 확실하게 보복할 것임을 장담할 수 있는 신뢰성이다. 한미 양국이 공동문안을 준비한다면 바로 이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핵무기는 공격 목적과 표적에 따라 폭발 고도를 수백m에서 수십㎞까지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는데, 이번 훈련처럼 고도 800m 정도에서 폭발시킬 경우 지상 표적에 대한 파괴력이 최대화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도 500~700m 상공에서 폭발했다.

최근 핵 위협 분석 사이트 ‘누크맵’의 공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서울 상공 800m 높이에서 20kt 위력의 핵폭탄이 터질 경우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까지 공개되고 있는데, 그 참상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북한은 또 지난 24일에는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까지 공개했는데, 이를 “수중핵전략무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하여 수중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작전항을 파괴소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상공은 물론이고 남한 전역이 북한 핵공격의 타깃이 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무너진 남북한간 핵균형 현상으로 인해 국내 여론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1∼12월 1천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 한국의 독자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무려 76.6%에 달했으며,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응답자도 77.6%에 이른 것도 이런 국내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제공하는 이른바 ‘핵우산’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안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내달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현실에 맞는 ‘한국형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핵안보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미 양국은 지난해 9월 워싱턴에서 4년 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해 현실로 다가온 북한의 핵무력 완성에 맞설 새로운 대응책(플랜B) 모색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이어 11월에는 한미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안보협의회의(SCM)를 열어 맞춤형 억제전략(TDS, Tailored Deterrence Strategy)의 진전을 평가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진전’은 기존의 연합작전계획 5015에 포함돼있지 않은 핵전쟁 계획 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읽혔다.

만일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되는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미국이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하고 있는 ‘핵공유’에 버금가는 내용이 담길 경우 이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핵보유국이 포함돼있는 유럽의 경우와 한국(그리고 일본)이라는 비핵보유국과의 ‘핵공유’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미국이 70년을 맞이한 한미 동맹의 의미를 강조하고, 한국민들의 핵우산에 대한 우려를 수용하는 것은 시의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 핵기획그룹(ANPG)’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구의 창설도 제안한다. 미국이 NATO와 핵무기 운용에 대한 의사 결정과 핵전략을 논의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중국을 겨냥해 ‘통합억제’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과의 연대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핵의 노골적인 핵위협을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묶는 새로운 의미의 ‘확장된 핵우산’의 개념(한미일 협의체)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드러날 경우 이는 북한 핵에 대한 억제 차원에서 새로운 출발점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