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맛집] 닭갈비가 더 맛있는 태백 막국수

가끔 주연보다 더 멋진 조연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여행 중 들른 음식점에서 가끔 서브 메뉴가 더 마음에 드는 경우를 만나기도 한다.

태백시에 있는 태백막국수는 막국수도 맛있지만, 정성스레 구운 닭갈비가 더 주목을 받는 곳이다.

더운 바깥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는 닭갈비의 맛은 잊지 못한다.

닭 한 마리를 포를 떠 구운 닭갈비 [사진/성연재 기자]

닭 한 마리를 포를 떠 구운 닭갈비 [사진/성연재 기자]

각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에 대한 기사를 쓰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

문화해설사 등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을 솔직하게 추천하기 마련이다.

이번 태백의 음식점 취재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문을 연 목장 관계자로부터 음식점 몇 군데를 추천받았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매력적인 갈비탕 전문점 등 여러 곳을 추천받았지만, 최종 낙점을 받은 곳은 황지동에서 17년 동안 문을 열어 온 한 막국숫집이었다.

강원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막국수 식당을 선택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이곳이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닭 육수에 과일과 태양초를 갈아 만든 양념장을 넣은 막국수 [사진/성연재 기자]

닭 육수에 과일과 태양초를 갈아 만든 양념장을 넣은 막국수 [사진/성연재 기자]

요즘 심심찮게 ‘모 식당 방문자는 보건소 등으로 연락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접한다. 이럴 때 바깥에서 식사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한여름 땡볕이 무척이나 강한 날씨였지만, 기쁜 마음으로 식당 바깥의 몽골 텐트 밑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이 집 대표 메뉴는 막국수지만, 그보다 더 인기 있는 메뉴는 닭갈비다. 점심때는 2가지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세트 메뉴도 있다.

막국수는 메밀 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국물이 감칠맛이 났다.

메밀 맛이 강한 막국수면 [사진/성연재 기자]

메밀 맛이 강한 막국수면 [사진/성연재 기자]

주인 신재경 씨는 과일 20가지와 태양초를 갈아 만든 양념장이 핵심이라고 귀띔했다.

막국수 육수는 닭 육수를 쓴다. 대파와 양파 껍질, 무 등을 넣어 2시간 반가량 끓인다.

이어 나온 닭갈비는 더욱 맛났다.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진 닭갈비는 두툼하게 잘려져 있어 입 안에 넣었을 때 씹는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적당히 불에 탄 향이 미각을 자극했고, 철판에 구워서인지 쫄깃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닭을 얇게 포를 떠 그것을 자른 듯 닭갈비 모양이 가지런했다.

신씨에게 물어보니 새벽 5시부터 식당 직원들이 닭의 뼈를 하나하나 제거하고 포로 만든다고 했다. 포 한 장을 칼로 잘라 그대로 굽다 보니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30도가 넘는 기온이었지만,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를 마다하고 바깥에 자리 잡은 사람도 많았다.

점심시간에 먹는 닭갈비는 철판에 1차로 구워진 뒤 화로에 다시 구워져 식탁으로 나온다.

텃밭에서 재배되는 채소들 [사진/성연재 기자]

텃밭에서 재배되는 채소들 [사진/성연재 기자]

그러나 오후 5시부터는 연탄불에 구워 먹도록 서빙된다. 연탄불 위에 닭갈비를 얹어 고객들이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이다.

신씨는 전국에서 연탄불에 닭갈비를 구워 먹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했다. 자부심이 대단했다.

닭갈비에 함께 나온 상추는 신선했다. 바로 옆에 200평 가까운 텃밭이 있어 직원들이 직접 채소를 재배한다.

밭으로 가보니 채소 위에 유기농 비료인 유박 비료가 뿌려져 있었다. 고추와 가지, 상추, 셀러리, 비름나물 등 다양한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