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공격하던 한인 법무차관보 사임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 지휘 브루스 오 지난달 30일 사표 제출해

한인 최고위직,테네시 출신…트럼프 “마녀사냥 주범” 집중공격

러시아의 2016년 대선개입 수사를 지휘하며 영국 스파이와 비밀리에 회동하기도 했던 브루스 오 전 법무차관보가 지난달 30일 사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CBS 뉴스는 14일 연방법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 전 차관보가 법무부 감사국의 조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ABC 뉴스도 이날 “법무부 케리 큐펙 대변인이 오 전 차관보가 지난달 30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브루스 오 전 법무차관보와 아내 넬리/Fox News

 

오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와의 내통 여부를 처음 수사했던 주인공이다.

1962년생인 오 전 차관보는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로 1991년부터 법무부에서 일하며 조직갱단 수사국장을 지내는 등 국제 조직범죄 수사의 최고 전문가로 꼽혀왔다.

업무의 특성상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오 전 차관보는 지난 2018년 8월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가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브루스 오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넬리가 영국 스파이 크리스토퍼 스틸을 만나서 가짜 문서들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크리스토퍼 스틸은 워싱턴DC의 사설 정보기관인 퓨전 GPS에 고용된 전 영국 스파이로 러시아의 대선개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을 문서로 만들었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넬리 오도 퓨전 GPS 직원인데 어떻게 그의 남편인 브루스 오가 어떻게 아직도 법무부에서 일하고 있는지 믿을 수 없다”고 “이것이 바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브루스 오 전 차관보와 아내 넬리는 이후 연방의회에서 비공개로 증언했으며 현재까지 증언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 전 차관보는 그동안 2번이나 좌천됐지만 계속 법무부에서 근무해왔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 감사국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브루스 오 전 차관보가 대선개입 수사를 하면서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히자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차관보는 한국에서 지난 1955년 이민한 아버지 고 오세규 박사와 어머니 유상호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세규 박사(미국명 마이클 오)는 테네시주 오크릿지에 위치한 오크릿지국립연구소의 고체물리학 책임자로 22년간 근무했으며 이곳에서 아들인 브루스 오씨를 낳았다. 오 전 차관보는 오크릿지 고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거쳐 샌프란시스코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법무부에 발탁됐다.

브루스 오 전 차관보의 아버지 고 오세규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