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면역의 ‘숨은 열쇠’…T세포는?

바이러스·감염세포 공격…항체와 달리 수년간 잔류

수년전 감기환자 혈액에도 코로나 공격 T세포 포함

활동원리 밝혀지면 백신돌파구…중증이면 줄어들어

20일 다국적 제약사들이 잇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시험에서 T세포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는 이날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게재한 1단계 임상시험 결과에서 백신 접종자 전원의 체내에서 중화항체와 T세포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인간 T세포의 전자 현미경 사진[위키피디아 갈무리]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는 이날 실험용 코로나19 백신의 두 번째 초기 시험에서 고도의 T세포 반응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체뿐만 아니라 T세포 반응까지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들 임상시험의 결과를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면역 세포의 일종인 T세포는 몇 개월 만에 사라질 수 있는 항체와 달리 바이러스 감염 이후에도 수년간 체내에서 활동해 특히 주목받고 있다.

BBC방송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T세포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그간 공개된 관련 연구결과를 조명했다.

T세포란 일종의 백혈구로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침입자를 식별하고 공격한다.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거나, 이에 감염된 세포를 확인하고 파괴하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항체와는 이 점에서 구별된다.

최근 과학자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의 신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겨냥하는 T세포를 확인했다.

특이한 점은 T 세포를 보유한 일부 감염자들이 항체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일각에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면역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현재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집단면역을 형성할 만큼의 항체 보유율이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T세포를 따지면 그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T세포는 특히 바이러스 감염 후 수년이 지나도 혈액에 남아 있어, 면역 체계의 “장기 기억” 형성에도 역할을 한다고 BBC는 설명했다.

오래 전에 접한 바이러스가 다시 침투했을 때 신체의 빠른 대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라호야 면역학연구소 과학자들은 이 점을 고려해 2015∼2018년에 채취한 혈액 샘플을 들여다보니, 실제로 40∼60%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면역 반응을 보이는 T세포가 발견되기도 했다.

샘플의 주인들이 과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표면 단백질이 비슷한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어느 정도 면역력이 형성됐다는 가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추론이 사실로 밝혀지면 T세포가 코로나19 장기 면역력 형성에 도움 된다는 점이 입증되기 때문에 백신 연구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라고 BBC는 전망했다.

다만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은 대다수가 T 세포 반응이 예상보다 약하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대(KCL) 면역학 교수인 에이드리언 헤이데이 교수는 “(중증 환자 신체에서) T세포가 엄청나게 활동하고 확산하는데, 동시에 혈액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확실한 해설은 나오지 않았다. T세포가 폐 등 더 필요한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고 대다수가 그냥 죽었다는 얘기도 있다.

헤이데이 교수는 “T세포가 신체를 수년간 보호할 수 있다는 증거는 많다”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아프면 방어 체계를 만드는 T세포의 역량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개발[연합뉴스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