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오↘ 대신 BTS!”

런던 웸블리에 새긴 새 역사…한국가사 떼창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최고의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밴드 퀸이 영국 런던 웸블리 무대에 올라 ‘에↗오↘’로 역대급 호응을 유도한 장면일 것이다. 더욱이 이 영화를 3D나 넓은 스크린으로 본 관객들이라면 웸블리가 얼마나 넓고 광활한 곳인지 가늠할 수 있다.

웸블리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스타디움 공연장 중 하나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방탄소년단은 1일 오후 7시 30분(이하 현지시각, 한국시각 2일 오전 3시 30분)부터 약 150분간 6만 관객을 열광케 만들었다. 이들은 오는 2일에도 추가 공연을 하며 양일간 시야제한석을 제외하고 총 12만명의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들을 만난다.

웸블리 스타디움에 입성하는 것은 엄청난 상징성을 지닌다. 1923년 개장한 뒤 지난 2007년에 재개장한 웸블리 스타디움은 그간 퀸, 마이클 잭슨, 마돈나, 원 디렉션, 에미넴, 에드 시런, 리한나, 비욘세 등 팝스타 중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가수만이 설 수 있는 ‘꿈의 무대’다.

영국은 팝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으로 타국 노래에 유난히 보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공연 개최는 물론, 비영어권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12만 좌석을 단 90분만에 매진시켰다.

한 곳에 모인 6만 아미들 사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의 무대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며 푸른 눈을 반짝이는 해외 아미들의 모습에서 진심과 열정, 사랑이 느껴졌다.

이윽고 방탄소년단이 무대에 등장, 곡 ‘디오니소스’의 전주가 흐르자 팬들의 함성은 벌써부터 극에 달했다. 비로소 웸블리에 왔음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6만 아미는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탄소년단의 모든 몸짓과 음성에 반응했다. 멤버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디오니소스’ 무대를 마치고 곡 ‘낫 투데이’까지 이어가며 초반부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초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멤버들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팬들에게 인사한 뒤 쉴틈 없이 무대를 이어나갔다. 이들은 ‘아이돌’ ‘페이크 러브’ ‘베스트 오브 미’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쩔어’ ‘뱁새’ ‘불타오르네’ 등 히트곡을 열창하며 에너지 넘치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열기를 더했다.

멤버들의 솔로곡은 특별함을 추가했다. 제이홉은 유쾌한 모습으로 ‘트리비아 기: 저스트 댄스’ 무대를 마쳤고 정국은 곡 ‘유포리아’로 스탠딩석에 있는 관객 위를 날아다니는 무대 장치를 통해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지민은 곡 ‘세렌디피티’를 통해 감미로운 목소리와 상체를 터치하는 안무로 아미들의 마음을 훔쳤다. RM은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곡 ‘트리비아 승:러브’ 무대를 꾸몄다. 뷔는 곡 ‘싱귤러리티’로 매력적인 중저음 보컬을 뽐내며 남성미를 가득 뿜어냈다. 슈가는 ‘트리비아 전:시소’로 부드러운 래핑을 하며 위로의 감성을 전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의 무대와 함께 6만 아미들의 화합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무대가 이어질 때 단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고 하나가 되어 기립해 공연을 즐겼다. 또 외국인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한국어 가사를 ‘떼창’으로 부르며 웸블리를 “BTS”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 메웠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영국 웸블리에서 공연할 수 있게되어서 감사하다. 정말 영광이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영국에 유명한 뮤지션이 나온 나라인데, 영국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M은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곳에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헝가리에서 우리 관광객 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는데 진심으로 명복을 빌고, 실종자 분들이 하루빨리 무사 귀환하시길 바란다”고 애도의 말도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은 7일과 8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유럽 투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