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17세 소년의 죽음, 그리고 사진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159호 

어제 미국 최연소 코로나 사망자가 한인 17세 소년이었다고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드렸습니다. 하루종일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많은 분들이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 마음 아픈 내용이고, 사망 경위는 더욱 부모의 마음을 미어지게 할 만한 것입니다.

어제밤 한 제보자로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이 소년이 한인이라는 내용과 함께 사망보고서 사진 1장을 전달받았습니다. 영어 이름과 아시아계 성이 적힌 보고서 아랫부분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Korean’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곧바로 인터넷을 뒤지는 작업이 시작됐고  CNN과 LA타임스 등의 메이저 언론에 나온 인터뷰 내용을 확인한 뒤 ‘더 선(The Sun)’이라는 타블로이드 미디어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사망보고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더 선은 숨진 소년이 거주하던 랭카스터 시장과 소년의 아버지를 인터뷰해 사망보고서를 구했고 페이스북을 뒤져 숨진 소년의 사진까지 실어놓았습니다. 더 선은 영국에서 발간되는 타블로이드인데 미국판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 미디어는 선정적인 성향에 사회적인 논란을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니 일부러 논란을 생산한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17세 미성년자의 사진을, 그것도 비극적으로 숨진 소년의 사진을 굳이 실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정도는 이들에게는 논란도 되지 않습니다.

원래 실어서도 안되지만 너무나 해맑게 웃고 있는, 착한 인상의 소년의 얼굴을 보면서 도저히 실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물론 기자로서 사진을 싣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더 선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미디어의 보도를 가능하면 샅샅이 살펴봤고 기사에도 반영했습니다. 그저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한인 관련 스토리가 한 사람의 눈썰미와 제보로 세상에 드러났으니 기사에 ‘단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입니다. 물론 더 선의 기사에는 이 소년이 한국인이라는 내용은 한줄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한편 기사 중 “무보험자인 소년의 가족을 병원이 박대했다”는 부분은 랭카스터시의 렉스 패리스 시장이 모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계속 주장해온 내용입니다.

이 부분도 주의해야 할 것이 이러한 이야기가 소년의 가족에게서 나온 말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패리스 시장은 아주 유명한 명예훼손 및 개인상해 전문 변호사입니다. 언론을 다루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고 이번 사건도 조금 크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하튼 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공립병원 응급실 밖에 갈 곳이 없었고, 아픈 아들을 자신의 차 뒷자리에 태우고 달리다 차안에서 심장마비로 고통받는 아들을 지켜봐야했던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정도를 넘은 관심은 뒤로 하고, 그 심정을 함께 헤아렸으면 합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