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대남압박 최전선…김정은 건강 이상 때문?

WP “김정은 ‘대리인’으로 공식 승격…대남 압박 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최근 대남 압박의 ‘최전선’에 나서면서 재차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자 일본 도쿄발 기사에서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과 관련, “김 부부장이 이달 들어 공식적으로 오빠(김정은)의 대리인(deputy)으로 승격됐다”면서 “김 부부장의 급부상은 북한 지도자(김정은)의 건강이 ‘좋지는 않다’는 추측에 불을 지필 만한 놀라운 변화”라고 전했다.

북한은 김 부부장이 한국 내 탈북자단체들의 ‘김정은 비방’ 대북전단 살포 등을 비난하며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지 불과 사흘 만에 사무소 폭파를 실행에 옮겼다.

북한이 앞서 9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 남북한 당국 간의 통신선을 전면 차단한 것도 김 부부장이 하루 전인 8일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에서 △대남사업의 대적(對敵)사업 전환과 △통신선 차단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김 부부장은 현재 북한의 대남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4월11일 이후 관영매체에 등장한 횟수가 3차례에 불과하다. 이는 평소와 다르다”며 “그의 건강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란코프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이 사실이라면) 누가 그 대행을 할지가 중요하다. 권력을 독점하지 않을 사람이어야 한다”며 김 부부장을 그 적임자로 꼽았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김 부부장이 최근 급부상한 건 김 위원장 건강에 대한 우려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김정은 위원장 부친)도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권력 승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4월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뒤 5월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때까지 3주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중병설·사망설 등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때도 일부 외신과 전문가들로부턴 김 부부장으로의 권력 승계 가능성이 거론됐었다.

그러나 클링너는 “김 위원장이 건강이상 때문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WP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당초 김 부부장의 ‘대남사업 총괄’ 소식에 대해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연일 대남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부부장의 최근 대남 강경발언을 두고 △북한 정권 내 입지 강화용이라거나 △내부 결속용이라는 등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방향에 연기가 나고 있다. 정부와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개성공단 지역에서 폭음 소리와 함께 연기가 목격됐다.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0.6.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