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국장 “코로나 급증 다시 볼까 겁난다”

“아내·엄마·딸로서 당부한다. 조금만 더 오래 버텨달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29일 “겨울철에 본 급증을 다시 볼 것 같다”며 “겁이 난다”고 말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브리핑에서 “지난 한 주 남짓 동안 본 것은 감염자의 꾸준한 증가”라며 “우리가 (지난해) 여름과 겨울에 본 (코로나19의) 급등을 다시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초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5만∼6만명 선에 머물며 정체 양상을 보여왔는데 지난주에는 7만∼8만명 선으로 올라가며 4차 유행이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어 “여기서 멈추고 원고를 버리겠다”고 한 뒤 “‘임박한 종말'(impending doom)에 대한 되풀이되는 느낌에 관해 생각해보려 한다”면서 원고에 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고대할 것도, 우리가 어디 있을지에 대한 약속과 잠재력도, 희망을 가질 이유도 너무 많지만, 지금으로서는 나는 겁이 난다”고 말했다.

현직에 오기 전 의료현장의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기도 한 월렌스키 국장은 “내과의사로서 가운과 장갑, 마스크, 보호장비를 입은 채 환자 방에 서 있는 게 어떤 것인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지는 마지막 사람이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안다”고 말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그러면서 “오늘 꼭 CDC 국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당부한다. 제발 그저 조금만 더 오래 버텨달라”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전날 CBS방송에 출연해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근심 없이 술 마시고 즐기는 젊은이들, 방역 수칙을 폐지하는 주들과 합쳐지면서 미국을 후퇴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CDC 국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