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코로나 비즈니스 피해, 보험 청구하라고?”

보험사들 “비즈니스 중단 조항, 바이러스는 해당 안돼”

클레임 해도 곧바로 기각…향후 대규모 법정다툼 예고

연방의회, 주정부 압박에 보험사들 “계약 간섭은 위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즈니스들의 영업중단이 이어지면서 수익 손실에 대한 비즈니스 보험 커버 여부를 묻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테네시주와 일리노이주의 대형 레스토랑과 호텔 등 5개 업소가 연합해 보험사를 상대로 비즈니스 중단(business interruption)으로 인한 피해를 커버하라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과연 비즈니스 보험으로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 보험사들 “SARS의 교훈 잊지 않았다”

지난 2002~2003년 사스(SARS) 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 감염 우려로 영업을 중단한 한 호텔 프랜차이즈는 보험사로부터 1600만달러의 보험금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보험사들은 보험 약관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의한 전염병 관련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서둘러 삽입했다.

미국 보험사들은 약관 연구기관인 ISO가 2006년 작성한 이 조항을 ‘비즈니스 중단’ 약관에 삽입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해당 비즈니스 매장이나 시설 내에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전염돼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감염된 시설의 교체나 방역 비용만을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인 보험 전문인은 “비즈니스 중단 보험은 원칙적으로 매장이나 시설에 물리적인 손상(physical damage)이 발생해 비즈니스가 중단됐을 경우에만 보상을 하도록 돼있다”면서 “보험사별 약관에 따라 커버리지가 조금씩은 다를 수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로컬정부가 문을 닫으라고 명령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선뜻 보상을 해주겠다는 보험사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아니라 정부의 강제적인 명령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보험 규정은 없다”고 지적하지만 보험사들은 “화재 등 물리적 피해를 보상해준다는 비즈니스 중단 커버리지의 원래 목적과 맞지 않으며 그런 커버리지를 넣으면 보험료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클레임 즉시 기각…결국 법정에서 해결해야

현재 많은 비즈니스들이 보험사에 피해 보상을 요청하라고 클레임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즉각적으로 기각되고 있다.

최근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테네시주 내시빌시의 대형 레스토랑인 헤드쿼터스 비어케이드 측은 “비즈니스 보험 클레임을 제출한 직후 곧바로 기각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험사 측의 커크 클레멘스 변호사는 “우리의 약관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의한 피해는 제외된다고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면서 “약관에 명백히 제외된 커버리지에 대한 클레임은 즉시 기각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절대 다수의 보험사는 바이러스 제외 조항을 약관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클레임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셈이다. 결국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려면 법정으로까지 끌고 갈 수 밖에 없다.

한인 전문인은 “보험 클레임의 원칙은 손해에 대한 양적 측정기준(measurement)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바이러스 팬데믹은 손해의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보험약관에 팬데믹으로 인한 손실을 커버한다고 나와있어야 보험사가 클레임을 고려할텐데 이런 케이스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고객들에게 커버를 못해준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고충을 호소했다.

결국 소송을 계획하더라도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단 정부가 제공하는 페이첵보호프로그램(PPP) 융자와 실업수당 등의 혜택을 이용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 트럼프까지 나서 “커버하라”…보험사들 “위헌”

비즈니스 업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연방과 주의 정치인들은 보험사들에게 차례대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팬데믹을 커버하지 않는다는 보험조항은 보지 못했다”면서 “보험사들이 비즈니스 손실을 커버하는 것이 좋다”고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도 보험사들에게 비즈니스 손실 클레임 처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했다. 또한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주 등의 주정부 보험당국도 비즈니스 보험 클레임을 무시하는 보험사들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미국에서 사적인 계약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총기업계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조직으로 통하는 보험업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대적인 정계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사진/af.m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