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코로나19 우려로 사형집행 중단

피해자 유족 요청 수용 ’17년만의 사형’ 연기…법무부는 항소

17년 만에 처음으로 예정됐던 미국 연방 정부의 사형 집행이 일시 중지됐다. 피해자 유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을 이유로 요청한 집행 연기를 법원이 받아들이면서다.

이런 결정이 나오자 연방 법무부는 곧바로 항소했다.

10일 연방법원은 피해자 유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대니얼 루이스 리(47)의 사형 집행일을 연기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니얼 루이스 리는 1996년 아칸소주에서 총기 거래상이던 윌리엄 뮬러와 그의 아내, 8살 딸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오는 13일 사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족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사형 집행을 직접 볼 권리가 있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두렵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사그라들 때까지 집행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 유족은 수년간 리의 사형을 반대해왔다. 유족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사형제 시행을 멈추라며, 살인범에게 종신형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다 정부가 사형제를 강행하자 코로나19 사태를 들어 이를 막은 셈이다.

법원은 “유족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사형 집행에 참석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다만 사형 집행일 연기는 루이스 리에 대해서만 적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 대변인은 이달과 다음 달에 걸쳐 리 등 어린이 살인범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사형 집행일 연기 판단이 나오자 법무부는 즉각 “사형은 예정대로 13일에 집행돼야 한다”며 미 제7 순회 항소법원에 항소했다.

AP통신은 사형제가 현재의 시급한 사안이 아님에도 정부가 불필요하게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위험하고 정치적인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9월 29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사형제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사형제의 대안이 있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