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단상] 드라마 ‘소나기’

배우 김복희

MBC 드라마 황순원 원작 ‘소나기’를 촬영할 때다.

무더운 한여름 전라도 어느 산속에서 물차를 동원하여 소나기 장면을 촬영하던 생각이 난다.

살수차로 물을 뿌려도 햇빛이 쨍쨍한 날이라 매미가 눈치 없이 울어 대니 촬영이 불가능이다. 감독은 열 받아 신경이 곤두서서 안절부절이다.

그 와중에 주인공 13세 소녀 아역배우는 이튿날 아침 얼굴이 퉁퉁 부어 촬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열 감독은(별명) 극도로 화가 났다. 소녀의 엄마 말이 엊저녁 부터 초경이 시작 되었다고 한다.

철없는 매미도 소녀도 온종일 울기만 한다.

감독은 초가집 마루에 벌렁 누워 담배를 피우며 긴 한숨만…

궁리 끝에 감독을 위로한 말은 “초경을 하면 재수가 좋대요 아마도 이작품은 대박이 날거에요” 내말에 위안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어렵게 완성된 드라마는 매우 평이 좋았다.

그해 열 감독은 세계 문예부문 TV 드라마 경쟁에서 ‘소나기’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방송국 복도에서 만나면 “김선생님 말이 맞았어요” 라고 감독은 코를 벌름거린다.

요즘 애틀랜타의 잦은 소나기를 보며 아련히 옛날 드라마 ‘소나기’를 떠올리다가 그 소녀는 이제 40대 중년이겠구나 ……

아 ! 옛날이여 그때가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