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한인회관?…지금은 ‘애물단지’

지난 2014년 한인사회 성금으로 240만불에 매입

큰 규모 비해 실용성 떨어져 만성적 운영난 ‘예고’

건물 노후로 수리비 ‘태산’…처리방안 논의할 때

 

지난 2015년 2월13일 지역은 물론 전세계 한인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감격의 개관식을 가졌던 애틀랜타한인회관이 불과 4년7개월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160만여달러를 자체 모금해 마련한 이 ‘세계 최대규모 한인회관’은 한인사회의 자랑이었고, 회관 매입을 위해 20만달러를 지원한 한국 정부는 2015년 세계 한인의 날에 한인회 운영 ‘모범사례’로 애틀랜타한인회에 표창까지 수여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제33대 애틀랜타한인회는 “회관 관리 및 운영에 한계를 느낀다”면서 매각을 포함한 처리방안을 논의해달라며 한인사회에 호소하고 나섰다. 과연 무엇이 잘못됐기에 4년여만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래보다는 현실을 고려했던 선택

2013년 5월21일 도라발 한인회관이 화재로 전소되자 충격에 빠진 한인사회는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전개해 1년여만에 250만달러 이상을 마련하는 저력을 보였다.

당시 회관의 입지를 놓고 한인회관 건립위원회 안팎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현재의 노크로스 건물이 낙점됐다. 둘루스나 스와니 등 한인거주가 늘어나고 있는 지역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기존 한인회관인 도라빌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결정된 것이다.

물론 때마침 힌두교 종교기관으로 사용되던 현재의 한인회관이 차압으로 헐값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지만 당시 입지 선정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마리에타 지역에서 새로운 한인회 조직 움직임이 나오는 등 한인회 분열의 우려가 있어 모든 메트로 지역을 포괄하기 위해 둘루스 등 ‘북쪽’으로 가는 것을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결국 240여만불에 9.2에어커 부지, 4만2600스퀘어피트 면적의 건물을 ‘애즈 이즈(As Is)”로 매입해 한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수리를 마친 뒤 매입 8개월만에 개관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한인 거주지가 거의 형성되지 않은 노크로스에 한인회관이 들어서면서 “방문하기 불편하다”는 불만이 지속돼왔다. 특히 I-85 고속도로 지미카터 출구 인근이어서 러시 아워에는 이같은 불만이 극에 달했다.

특히 한인회관 매입후 마리에타 지역의 한인 주민은 줄어들었고 둘루스와 스와니 지역은 급성장해 기존 한인회에서 소외감을 느낀 스와니 한인들을 중심으로 ‘북부 한인회’ 설립이 추진되는 등 회관 입지선정의 이유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헐값 매입이 오히려 ‘족쇄’

회관의 규모에만 치중해 모금액의 대부분을 차압으로 나온 오래된 건물에 투자하는 바람에 현재의 문제를 ‘잉태’했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차압으로 나온 매물을 구입하려면 차후 필요한 수리비용을 예비비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한인회는 254만달러의 기금 가운데 245만달러를 회관 매입에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수리를 위한 예비비 마련은 사실상 포기했다.

이미 한인회관 건립위 내부에서도 “건축후 22년이 지났고 차압상태로 방치돼 수리할 곳이 많아 보수비용이 최소한 30만달러 이상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일단 구입하고 보수 비용은 추가로 모금하자”는 의견이 우세해 매입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결국 5년전 30만달러로 예상되던 수리비는 현재는 최대 100만달러까지 늘어난 상태다. 지붕은 폭우가 쏟아지면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가 새는 상태이고, 싱크홀 문제는 일단 봉합은 해놓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주차장과 담장 보수, 바닥 및 카펫 교체 등은 아예 논의조차 못하는 현실이다.

◇대관 비즈니스 모델도 ‘실패’

세계 최대규모의 한인회관을 구입하면서 세워놓은 비즈니스 모델도 ‘실패’로 판정났다. 옛 도라빌 한인회관에서도 유용한 수입원이었던 히스패닉계 대상 파티장소 대관사업으로 운영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한인회관을 위해 한인회가 지출하는 고정비용은 매달 1만1000달러 수준. 이 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당 3000~4000달러의 대관이 매주 1회씩은 이뤄져야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 등으로 올들어 8개월간 10차례도 대관이 이뤄지지 않아 3만7000달러의 수입만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한인회의 홍보가 부족해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비난하지만 사실 비슷한 대관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 대부분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수입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김일홍 한인회장은 “현재 내년 대관 예약이 단 1건에 불과해 올해보다 대관수입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파티 장소 대관이 안되면 2층의 사무실 공간이라도 임대가 되어야 하지만 현 한인회관의 입지 자체가 사무실 임대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마저도 난망한 실정이다.

한인회관 매각은 지난 4일 제33대 한인회의 공론화 요구로 수면위에 떠올랐지만 이미 한인사회 인사들 중 매각의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한인단체장은 “일부 인사 가운데는 ‘내가 죽기 전에 한인회관 매각은 안된다’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감정적인 접근보다는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