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맞은 어린이 코로나 증상 덜 생겼다

미주리주립대 연구진, 소아 감염자 905명 분석 결과

연구진 “바이러스 간섭 효과 작용한 것으로 추정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아이들이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미주리주립대학교 의과대학은 4일 독감 예방접종을 한 소아 환자들의 코로나19 증상이 덜 나타났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코로나19를 진단받은 소아환자 905명의 의무기록을 검토해 독감 백신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했다. 검토 결과, 독감 유행 기간에 백신을 맞은 환자는 호흡기 또는 심각한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낮았다.

905명 중 독감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466명 중 36.48%인 170명에서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다. 반면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소아 439명 중 증상이 나타난 경우는 129명이며, 전체 29.38%에 그쳤다.

호흡기 증상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소아 감염자 중 독감 백신을 맞지 않은 환자들과 독감백신 접종 환자들은 각각 134명(28.82%), 97명(22.10%)이었다. 두 그룹 사이에서 6.72% 포인트(p) 차이를 보였다.

독감 백신 외에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한 소아 감염자도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낮았다.

안잘리 패트워던 미주리대학교 의과대학 소아 류머티즘 교수는 “바이러스는 이전에 감염된 바이러스를 통해 억제될 수 있다”며 “이를 ‘바이러스 간섭’이라고 하는데, 독감처럼 비활성화된 바이러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간섭은 2종의 바이러스가 하나의 세포에 감염될 때 한쪽 또는 양쪽의 증식이 억제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먼저 감염된 바이러스로 인해 나중에 침입한 다른 바이러스의 감염이 억제되는 ‘교차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선 바이러스가 사람 몸속에 침입하면 면역체계에서 인터페론 등 면역물질이 생성한다. 이후 다른 바이러스 몸속으로 침입할 경우 해당 면역물질이 작동한다.

예방접종이 코로나19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 증상이 나빠지는 것을 일부 방어한다. 결핵 감염을 예방하는 유아 BCG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패트워던 교수는 “코로나19와 다른 바이러스 관계를 이해하고 소아 환자들의 예방접종 상황을 아는 것은 최상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 내) 소수 인종의 코로나19 발병률이 높은 원인이 보건 불평등 외에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초 온라인 국제의학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