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일본이 아무리 싫어도…”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167호>

한국 언론 “교사가 감염피하려 이상한 온라인 개학” 보도

사실은 체육관서 하던 행사 교실서 연 것…왜곡보도 지적

지난 4월17일자 한국 서울신문에 ‘일본의 이상한 온라인 개학,…학생들은 교실에, 교사는 모니터로’라는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일본 지역언론들에 따르면 미에현 스즈카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13일 개학식이 열렸는데 학생들은 평소처럼 등교해 교실에 모여 있고, 교사는 모니터를 통해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하는 ‘일본식’ 온라인 개학을 했다는 것입니다.

기사는 “역시 온라인 개학식을 한 한국 교육부는 학생들은 집에 있고 교사는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일본은 거꾸로 학생들은 학교에 모아놓고 교사들은 따로 수업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누리꾼들은 ‘아이들은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고 교사는 안전한 장소에서 수업하는 것인가’ 등의 지적을 하고 있다”고 적어 기자의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가 인용한 일본 ‘지역언론’인 주쿄테레비뉴스와 키이민보를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해당 개학식의 실상은 한국 기사와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링크)을 통해 일본 언론의 기사를 소개하며 “사실은 체육관에서 하던 개학식을 코로나19 때문에 각 교실에서 한 것이고 모니터에 나온 사람들은 교장과 교감 등으로 각 교실을 돌아다닐 수 없기 때문에 교내 방송으로 학생들을 격려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언론이 이렇게 교내 텔레비전 방송을 통한 행사도 ‘온라인 개학’이라고 표현하자 마치 교사들은 집에서 숨어 온라인을 통해 방송하는 것처럼 오도한 것입니다. 기이민보의 원문을 보면 1학년 학생들의 입학식은 체육관에서 열렸고 보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교장이 신입생 1명씩을 환영했다고 나와있습니다. 교사들이 무서워서 학생들을 피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한국인 대부분의 감정이지만 이런 가짜뉴스를 만들고 열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누리꾼의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왜곡된 보도가 나왔을까요? 무엇보다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의 의도가 개입됐을 경우 이런 일이 생깁니다. 원문 기사의 문구 하나, 인터뷰한 사람의 단어 하나를 슬쩍 바꿔서 사실과 전혀 다르면서도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를 구성해낼 수 있습니다. 소설 등의 픽션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기사의 탈을 쓰고 이런 글이 퍼지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어제 코로나19 트렌드 전망기관인 IHME의 자료 때문에 저도 곤란한 처지가 됐습니다. 전날까지는 조지아주의 사망자 정점을 5월2일로 예상했다가 갑자기 정점이 지났다고 예측을 180도 바꿨기 때문입니다. 물론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트럼프 대통령이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정책 결정을 내리는 기본 자료이기 때문에 소개를 안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가와 마찬가지로 그때 그때의 수치에 너무 의미를 둬서는 안된다는 기본적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긴 날이었습니다.

대표기자

문제의 개학식 장면. 미에테레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