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애틀랜타 한인 언론의 진짜 문제점은?

출처=Giphy.com

이상연의 짧은 생각

지역의 한 종이신문이 “한인 언론이 대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특집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한인언론의 자기 성찰이라기보다는 “애틀랜타K 같은 인터넷 매체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일부 한인단체장의 애틀랜타K 취재거부 사태가 그동안의 왜곡보도가 쌓여서 발생한 것이고, 편집과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1인 인터넷 매체는 게이트키핑 등 검증장치가 없어 ‘아니면 말고’식 보도를 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한인 언론계도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는 점에는 100% 동의하지만 ‘인터넷 매체’의 단점과 자신이 아닌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만 문제를 삼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콘텐츠도 풍성하고 파급력도 큰’ 전통 미디어에서 먼저 화두를 던졌으니, ‘신생 인터넷 매체’가 생각하는 한인 언론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몇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 기자들 처우부터 개선해야

우선 미국 유일의 무가지 환경을 자초한 애틀랜타 종이신문 업체들이 이윤을 위해 저임금 인력에 의존해 운영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무가지여서 신문 인쇄비를 독자에게 받지 못하기 때문에 유일한 수입인 광고수익을 인쇄비에도 사용해야 하니 인건비를 낮출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종이신문의 2대 비용이 인쇄비와 인건비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1~2명의 인터넷 매체는 다양성과 지속성이 없고 게이트키핑 검증장치도 부족하다”고 비판한 해당 신문사도 사실 기자는 2명 뿐입니다. “규모와 조직을 갖췄다”고 자랑을 하지만 영업과 관리, 인쇄 등의 인력이 대부분이지 콘텐츠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무조건 내지르고 보는 아니면 말고’식 보도를 한다고 비판받는 본보에도 2명의 기자가 있으며 데스킹을 하고 있는 필자는 한국 학부 및 미국 대학원 저널리즘 전공과 20년 이상의 취재 및 데스킹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자격이 있는 인력이 게이트키핑을 하고 있는지 모든 신문사에 묻고 싶습니다.

저도 경험한 일이지만 기자들에 대한 처우가 그리 우수하지 못하다 보니 영주권을 받기 위해 입사한 기자도 제대로 된 훈련을 받기 전에 이직을 하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최근 3개 한인 신문사에서 1명씩의 기자가 골고루 퇴사를 했습니다. 한인 종이신문사가 시스템을 갖춘 진짜 전통미디어가 되려면 기자들에 대한 처우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한인언론을 대표한다는 종이신문사들의 이같은 관행은 다른 언론 매체로 전염됩니다.

◇ 광고효과 근거도 없이 헐값 영업

또한 무가지라고 꼭 광고비를 낮춰야 하는 것은 아닌데도 미국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광고비를 받는 이유가 애틀랜타 한인언론의 두번째 문제점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광고효과에 대한 아무런 근거도 없이 광고를 수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종이신문의 광고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발행부수와 열독률입니다. 하지만 애틀랜타 종이신문들은 발행부수를 전혀 공개하지 않으며, 몇명이나 신문을 읽는지에 대한 열독률도 조사하지 않습니다. 무가지의 한계 탓에 발행부수와 열독률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아 발행부수를 공개하더라도 별도로 열독률 조사를 해서 광고단가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모두 포기하고 비과학적인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작 한다는 홍보가 “주말에는 훨씬 더 많이 찍는다”는 막연한 자랑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영업 방식 때문에 광고주에게 저자세로 일관해야 하니 “광고에 매여 있다”는 비난을 듣는 것입니다.

반면 인터넷 매체들은 접속자 수와 페이지뷰, 광고 노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광고주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본보도 광고주로부터 문의가 들어오면 구글 애널리틱스 등 광고효과를 보여주는 통계자료부터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면 언론사 경영도 계속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오피니언 없는 언론의 비애

세번째 문제점은 언론에 ‘오피니언’이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기능은 단순히 일어난 사건만을 전달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회 현안과 커뮤니티 쟁점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유력 언론이 다른 언론사와 차별되는 지점이 바로 이러한 오피니언 기사에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언론은 오피니언을 통한 의견 개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선문답’같은 외부 기고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일부 단체장은 조금만 비판을 하면 ‘왜곡보도’라고 주장합니다.

사건과 현상들을 그대로 보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허위로 전했다면 언론사가 도덕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사회감시 기능의 하나로 공인(public figure)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공기관의 잘못을 비판하는 일에 대해서는 수정헌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로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보호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한인 커뮤니티와 비즈니스의 권익신장을 위한 대표자라고 자임하는 단체장들은 그 행동의 결과가 한인사회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공인들입니다. 공인으로서 받는 존칭과 칭찬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동시에 비판을 감수할 자세도 가져야 합니다. 자신을 공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론의 비판에 조금은 더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본보의 왜곡보도로 인해 일부 단체장들의 취재거부가 예견됐다는 주장이 있던데 어떠한 왜곡보도가 있었는지는 해당 단체장들도 전혀 제시하지 않아 의문입니다. 다만 비판적인 오피니언과, 알려지기 싫어했던 배경과 디테일을 조명하는 기사 내용에 불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책임있는 전통 미디어라면 해당 단체장들을 인터뷰해 어떤 기사가 어떻게 왜곡됐는지 먼저 취재하는 것이 옳은 자세가 아닐까요? 해당 단체장의 경우도 왜곡된 보도에 대해 먼저 정정을 요청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해당 기사에 “한인들은 한인 단체장이나 시시콜콜한 지역사회 다툼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한인 독자들은 종이신문사가 소중한 로컬지면에 게재하는 난데없는 ‘동종업계 검증’에 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로컬언론의 의무 가운데 하나가 지역 단체와 커뮤니티 일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또한 한인 언론에 가짜뉴스와 엉터리 기사, 잘못된 오피니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은 결국 독자들이 판단해 걸러낸다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저널리즘 원칙입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밑도 끝도 없이, 단체행동을 통해 ‘언론사 퇴출’과 취재거부를 내세우는 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일입니다. 이에 동조하며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종이지면 전면을 할애해  ‘한인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신문사가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대표기자

5 thoughts on “[뉴스레터] 애틀랜타 한인 언론의 진짜 문제점은?

  1. 어느 신문사인지 모르나 이름만 뻔지르르 하고 제대로 취재도 하지 않은채 한쪽 이야기만 듣고 전면에 기사를 실었던 ㅈ 모 신문사도 저는 잘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전화에 대고 무식하게 “아줌마, 내가 아줌마가 기사를 내리래면 아, 예 알겠습니다 하고 내려요?” 하던 국장도요.

    대표님, 힘내십시오!

    1. 제가 몸담았던 신문사인 것 같네요. 저까지 괜히 죄송합니다. 격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 Teresa (By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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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지당한 말씀입니다.
      힘내시고 계속 도전하세요….
      날카로운 펜읗 지지합니다.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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