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휩쓴 자리에 ‘살 파먹는 박테리아’ 비상

‘피부 괴사’ 유발 비브리오 패혈증균, 바닷물 고인 남부서 기승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으로 물에 잠긴 미국 플로리다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으로 물에 잠긴 플로리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이 휩쓸고 간 동남부 지역에 ‘살 파먹는 박테리아’로 불리는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창궐,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플로리다주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에 65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11명이 숨졌다.

현지 보건당국은 이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언 상륙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역별로 살펴보면 이언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 하나인 리 카운티에서는 올들어 집계된 감염 사례 28건 중 26건이 이언 상륙 이후 보고됐다.

리 카운티 남쪽에 위치한 콜리어 카운티에서도 이언 발생 이후 패혈증 발병 사례가 3건 나왔다.

플로리다주 올란도의 한 거리가 완전히 물에 잠긴 모습
플로리다주 올란도의 한 거리가 완전히 물에 잠긴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브리오에 감염되면 보통 1∼3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오한·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패혈증으로 진행되면 50% 확률로 사망한다.

무엇보다도 피하 심부조직이 썩어들어가는 괴사성 근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살 파먹는 박테리아’라고도 불린다. 감염된 신체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리 카운티 보건당국은 “벌어지거나 긁힌 상처가 염분이 있는 따뜻한 물에 노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언으로 인해 발생한 하수 유출은 박테리아의 활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WP는 지난해 플로리다주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사례가 34명 있었으며 그중 10명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허리케인 ‘어마’가 강타했던 2017년에는 50명 감염, 11명 사망을 기록했다.

물에 잠긴 거리를 가로지르는 플로리다 주민
물에 잠긴 거리를 가로지르는 플로리다 주민 [AP 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