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관 수리 “안전보다 음향이 먼저?”

한인회 이사회, 관리위원회 집단사퇴 사태 논의

김문규 비대위원장 임명…”페스티벌 준비 시급”

애틀랜타한인회 이사회(이사장 이경성)는 1일 오후 한인회관 소회의실에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인회관 관리위원회 김백규 위원장과 위원들의 집단사퇴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김문규 한인회 부회장은 경과 보고를 통해 “박건권 관리위원이 음향과 조명 공사를 한다고 해서 코리안페스티벌 음향기기와의 조율을 위해 어떤 장비를 설치하는지 문의했다”면서 “구입한 장비와 관련해 구입 명세서와 영수증 제출을 요청했더니 박건권 위원이 ‘의심하는 거냐’고 날선 반응을 보였고 이후 집단사퇴 소식이 들려왔다”고 밝혔다.

이홍기 한인회장은 “김백규 위원장이 박건권 위원에게 음향 및 조명 공사비로 6만달러 짜리 수표를 발급한 것을 알고 3가지 사항을 부탁했다”면서 ” 첫째 한인회 공사이니 입찰로 공사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둘째 위원 개인이 아닌 전문업체에 수표를 발행해야 하고, 셋째 애프터서비스와 워런티를 약속받고 공사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리위원회의 주장대로 김백규 위원장에게 위임한 보수 업무에 간섭하거나 참견한 적이 맹세코 없으며 한인회 입장에서 필요한 법적 권고사항을 알려드린 것 뿐”이라면서 “한인회장과 이사장 때문에 신뢰가 깨졌다는 관리위원회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인회의 음향 및 조명 공사는 설치를 맡은 CNS 미디어(대표 문영진)에 대한 공사비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중단된 상태다. 이홍기 회장은 “박건권 위원이 카톡 메시지를 통해 음향 및 조명공사를 책임지고 마무리한다고 했는데 6만달러 외에 용역 공사비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건권 위원은 “지난달 열린 관리위원회 회의에서 공사비가 추가로 들어간다고 분명히 말했다”면서 “회의에 제대로 참석하지도 않고 서로 협의한 내용에도 다른 말을 한다”고 반박했다.

본보가 문영진 대표에 확인한 결과 추가 공사비는 리프트 장비 임대비와 설치장치 구입비 등을 포함해 8000달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표는 “관리위원회의 비용 절감을 위해 실비에 설치만 맡겠다고 했으며 워런티나 애프터서비스는 약속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홍기 회장은 “결국 아무런 워런티도 없이 음향과 조명을 설치하면서 7만달러 가까운 금액이 들어가게 됐다”면서 “어제 관리위원회로부터 은행 명세서와 서류 등을 넘겨받았는데 현재 잔액은 8만달러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사회 이후 한인회 임원과 이사진들은 공사가 실시된 한인회관 대강당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수리 공사가 마무리되거나 진행중인 부분은 무대 확장과 무대 앞 바닥의 장판 설치, 회관 입구의 방수공사, 음향 및 조명 공사 등으로 지급해야 할 공사비를 포함해 13만달러 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문규 부회장은 “곳곳이 파여 낙상위험이 있는 대강당 바닥의 구형 타일을 전체 교체한 것이 아니라 무대 앞 바닥에만 얇은 장판을 깔았다”면서 “안전을 위한 공사 보다는 무대와 조명, 음향 등 대관을 위한 부대시설 공사를 먼저 실시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인회에 따르면 실제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발생한 낙상사고로 인해 각각 50만달러와 5만달러의 보험 보상금이 지급돼 회관 보험료가 크게 인상된 전례가 있다.

또한 이홍기 회장은 “무대 확장 공사가 마무리 됐지만 무대 뒤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제거했고, 현재 설치된 프로젝터도 사용할 수 없도록 무대 벽을 없애 LED 설치 등 추가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공사업체가 무대를 넓히기 위해 프로젝터 스크린으로 사용되는 무대 좌우 벽을 제거하다 무대 천장 지지에 문제가 생겨 이상한 모양으로 공사가 마무리돼 애꿎은 프로젝터 2대만 못쓰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관리위원회 측은 “한인회 운영비를 자족할 수 있도록 결혼식 등을 추가 유치해 회관 대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대와 음향, 조명을 먼저 손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인회 측은 “현재 회관의 위치 등으로 인해 히스패닉계 고객들에 대한 대관이 거의 100%이고 결혼식에 적합한 공간도 아니어서 무대와 음향, 조명을 새로 설치한다고 해서 대관수익이 늘어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다른 시급한 공사가 많은데도 음향과 조명에 7만달러를 우선 투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이견을 밝혔다.

본보의 확인 결과 올해 한인회관 대관은 월 평균 1차례 정도이며 대관료 3900달러 가운데 유틸리티 요금과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2000~2500달러 가량의 수익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한인 음향업체 관계자는 “히스패닉 파티의 경우 주최 측이 자체적으로 음향과 조명을 설치해 사용하는 만큼 현재의 장비로도 충분하다”면서 “관리위원회가 구입한 장비들은 대규모 공연이나 음악 이벤트에 적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이국자 이사의 추천으로 김문규 부회장을 건물 관리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문제가 되는 공사를 코리안페스티벌 이전에 마무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홍기 회장은 “40만달러 보수기금을 도네이션한 주중광 박사가 최근 관리위원회 사퇴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전해왔다”면서 “기부자들의 높은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앞으로 공사를 잘 마무리 하겠다”고 말했다. 주중광 박사 기부금 가운데 20만달러는 루핑공사를 위해 지출됐다.

이상연 대표기자

이홍기 회장(왼쪽)이 관리위원회 사퇴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