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영사관, 그만 간섭하시오”

김정일 <시카고 기독교 방송국 해설위원>

영사관은 고향에서 온 한국정부의 기관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정답고 귀한 존재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피차간의 이해 부족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영사관은 한인사회의 주류가 미국 시민들의 커뮤니티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인사회는 영사관의 공권력 밖에 있는 그룹이다.

영사관이 미국 한인들의 대변자가 아니고, 총독부도 아니고, 우리가 식민지 백성도 아니다. 양자는 피차 상호 존중의 관계에 있는 것이 정상적이다.

영사관이 평통이나 여러 단체를 통해 한인 사회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한인사회의 감시자 역할을 했고, 일부 정부의 비위에 맞지 않는 한인들의 모국방문을 금지한 일도 있었다.

영사관은 한인사회에 대한 무분별한 영향력 행사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영사관의 간섭 때문에 우리의 미국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피차 법적, 정치적인 신분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가외인이다.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본다.

1) 조지 부시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일 때였다. 느닷없이 총영사 관저에서 호출이 왔다. 영사관이 몇몇 한인사회 리더들에게 선거 참여 독려를 하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부시의 당선이 한국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의식이 있었다. 얼마나 별난 장면인가….한국 영사관이 미국 선거를 진두 지휘한다.(?) 다음 날 필자가 영사관에게 항의를 했었다. ‘우리가 선거에 참여하지 않아 괄시를 받고 살든 말든 이건 귀하의 일이 아니올시다. 썩 물러가시오’ 라는 항의였다.

2) FTA 협상이 한창일 때였다. 영사관이 한인 몇백명을 호텔 디너에 불러 놓고, 저녁 한 끼를 먹인 후에 지역 연방 하원의원에게 보내기 위한 FTA 찬성을 요구 하는 청원서 서명을 받았다. 미국 국민인 한인들을 통해 하원의원들에게 압력을 주어 보자는 작전이었다. 이것도 웃기는 일이다. 주류사회가 이런 책략을 모를 리가 없다. 자칫 모든 한인들이 영사관의 하수인이 되든지, 주류사회의 미운 오리 새끼가 되든지 할 판이었다. 중서부에는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미시간주 예선에서 참패한 원인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모국사랑이 이런 것이 아니다.

3) 시카고 한 플리마켓의 화재로 한인 상인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다. 영사관이 지역 시의원에게 한인 상인 피해 보상의 선처를 부탁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건 정말 웃기는 일이다. 우선 영사관이 우리 상인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들이 나서면 우리가 자동적으로 이 사회에서 외국인 취급을 받게 된다. 우리에 대한 편견이 제일 무서운 존재이다. 아마 영사관의 착각이 심각한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사건이 생겼을 때 억지 부리고, 목소리 큰 사람이 무언가 이익을 얻어 낸다는 한국식 질서에 대한 착각인가? 이것은 건물주와 세입자와의 일이고, 보험의 문제이고, 계약의 문제이다. 시의원이나 영사관이 단 한 푼의 보상금도 더도 덜도 타낼 수 없는 일이다.

3 thoughts on “[특별기고] “영사관, 그만 간섭하시오”

  1. 당연한 지적이지만, 그럼 선생은 한국 행정필요시 영사관 협조는 어떻다는거지요? 피차 행정, 법적으로 다르니 말입니다. 너무 일방성으로 판단하고 …. 아니 고향출신들 모아 거주국 에서 한국이익을 보존 창출시키는데 협조하면 기분 아주 않좋습니까? 이런분들이 권리주장은 강하면서 의무까지 강하길 바랍니다.

  2. 마땅한 지적입니다. 우리가 총영사관의 편의를 도울수 있어야 합니다. 총영사관이 우리를 대변 하는 경우, 세금을 내는 우리와 우리들의 자식들이 외국인으로 취급 받게 되지요. 미국 시민들로서는 매우 황당한 일이지요.
    예외의 경우가 있지요, 한국에서 잠시 방문을 하는분들과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분들이 해당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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