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트럼프, “내가 조지아에서 졌을 리 없어”

래펜스퍼거 장관과 1시간 통화…”당신, 형사처벌 대상” 협박

“내가 1표 차이로 이길 수 있도록 표를 찾아달라” 회유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 내무장관과 통화한 녹취록과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 통화 전체 음성파일(링크)

워싱턴포스트가 3일 녹취록을 보도한 뒤 NBC 뉴스가 음성파일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 이상 통화를 하며 “내가 조지아주에서 졌을 리가 없다”며 몇 번이나 말한 뒤 래펜스퍼거 장관에게 “선거사기를 덮는 것은 범죄행위이며 당신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같은 회유와 위협을 묵묵히 이겨낸 래펜스퍼거 장관은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정충히 전화를 끊었다.

해당 통화는 2일 이뤄졌으며 통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래펜스퍼거 장관 외에도 마크 메도우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대통령 변호사인 클레오 미첼, 조지아주 내무부의 라이언 저머니 고문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1시간 이상의 통화에서 대화를 거의 독점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 주민들은 화가 나있고, 미국인들도 매우 화가 나있다”면서 “당신이 다시 계산을 해서 (나를 이기게 했다고 해서) 잘못될 것은 하나도 없다”고 회유했다.

그는 특히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 내가 이길 수 있도록 (바이든과의 표차 보다 1표가 많은) 1만1780표를 더 찾아오라는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우리가 조지아주를 이겼기 때문”이라고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래펜스퍼거 장관은 “대통령 각하, 문제는 당신이 잘못된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정중히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내가 조지아주에서 졌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조지아주의 투표용지 파손, 타주 주민의 투표, 사망한 유권자의 투표 등은 범죄 행위이며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한 것은 당신과 변호사 라이언에게 큰 위험”이라고 은근히 형사처벌에 대한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래펜스퍼거 장관에게 “당신이 5일까지 행동하지 못하면 결선투표에서 조지아주의 두 공화당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퍼듀와 켈리 뢰플러의 정치적 운명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면서 “4일 달턴에서 열리는 조지아주 유세에서 이 사기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통화 내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믿고 있는 추정과 음모론을 계속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적어도 50만표 이상으로 조지아주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사망자 수천명이 투표를 했고, 애틀랜타 개표원들이 투표용지를 3번 이상 스캔해 바이든 후보의 표를 늘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때는 래펜스퍼거 장관을 ‘아이”(child)라고 불렀고, 자신이 지난 2018년 선거에서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를 지지한 것을 후회하며 “켐프가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노골적인 경멸감을 드러냈다.

래펜스퍼거 장관은 트럼프의 잘못된 주장이 이어지자 “대통령 각하, 당신의 문제는 사람들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아니, 그건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트럼프 미디어”라고 주장하며 “나는 소셜미디어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통화를 통해 법적인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이길 수 있도록 “표를 찾아오라”고 압력을 가한 것은 검찰의 재량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주정부에 대해 지휘권이 없기 때문에 도덕적인 비난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도미니언 투표기의 조작 의혹을 래펜스퍼거 장관과 저머니 변호사에게 직접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풀턴카운티에서 도미니언 기기를 통해 내 표를 바이든의 표로 옮겨가지 않았느냐”면서 “선관위 직원들이 기계 부품을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저머니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고, 다시 “확실하냐”는 대통령의 질문에 저머니 변호사는 “확실해요, 확실합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날 통화에 대해 백악관과 조지아주 내무부는 언론의 코멘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상연 대표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