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메릴랜드한인회 vs 애틀랜타한인회

MD 한인회 “코리안 페스티벌 공연 한국가수 위해 합법 비자 신청”

애틀랜타는 페스티벌 준비위원회도 없어…제대로 된 행사 열릴까?

‘한국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주지사가 재임하고 있는 메릴랜드주의 대표 한인단체인 메릴랜드한인회(회장 이태수)가 지난달 19일 조금은 특이한 발표를 했다.

오는 10월 2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제44회 코리안페스티벌 행사에 초청되는 한국 가수들의 미국내 공연비자를 이민 전문 변호사가 전담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인회는 이날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유명한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 대표)와 계약을 맺었다. 전 변호사는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으로 인해 미국 공직진출이 좌절된 한인 2세들을 위해 한국 헌법재판소에 자비로 소송을 내 승소를 이끌어 낸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태수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인사회에서 한국 연예인들을 정식 비자 없이 초청해 불법으로 공연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한편 깨끗하고 즐거운 축제를 위해 비자문제부터 해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메릴랜드한인회는 올해 코리안페스티벌에 5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초부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재 확정된 축제 내용에는 한국 가수들의 공연 외에 한인이민역사 사진전, 거북선 모형 전시회, 민화 전시회, 한복 체험관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외국인 장기자랑, 가곡의 밤, 태권도 시범 등이 진행되며 일반부스와 음식부스 80개도 개설된다.

반면 애틀랜타한인회(회장 김윤철)가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2021년 코리안 페스티벌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개최가 가능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윤철 한인회장은 지난달 일부 한인 단체장을 초청한 자리에서 코리안페스티벌의 주요 행사로 노래자랑과 한복패션쇼, 국악한마당, 요들송 공연, K팝 경연대회, 주니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등이 열린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3일 전직 한인회장들을 초청해 “코리안페스티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코리안페스티벌을 위한 준비위원회도 구성돼 있지 않고, 행사예산에 대한 계획도 전혀 공개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코리안페스티벌보다 늦게 열리는 동남부한인외식업협회의 코리안 바비큐 페스티벌은 이미 올해 초부터 기획에 돌입해 이미 대부분의 준비가 끝난 상황이다.

한 단체장은 기자에게 “행사가 한달 남짓 남았는데 준비위원장도 없고, 누가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올해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은 맞느냐”고 문의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에서 방문하는 한 공연팀은 친분이 있는 지역 인사에게 “한인회에서 숙식과 관광을 책임져 준다고 했는데 김윤철 회장이 ‘집 한채에서 모든 공연팀이 묵어야 한다’고 연락해 왔다”며 현지 사정을 묻기도 했다.

또한 코리안페스티벌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던 조선시대 어가행렬도 준비위원장은 “무산됐다”고 말했지만 김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비행기 표가 모두 마련돼 있으며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행사 역시 예산과 구체적인 계획은 물론 어가 제작상황과 가두행진을 위한 당국 허가 여부도 ‘미스터리’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행사는 결국 ‘밑천’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6일 시카고 한인언론인 ‘뉴스매거진’에 따르면 이날 나일스 H마트 주차장에서 열린 ‘월드한식페스티벌’은 2곳의 업체와 30여명의 관객만 참석해 극히 초라한 모습을 연출했다. 한국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고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에까지 대대적으로 홍보된 행사였지만 엉성한 기획과 준비 부실 때문에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 뉴스매거진의 지적이다.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애틀랜타한인회의 대규모 축제가 자칫 이같은 모습을 연출한다면 한인회 뿐만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 전체에 피해를 주게 된다. 5만명의 참석인원이나 공연비자 준비까지 바랄 수는 없겠지만 애틀랜타한인회가 지금이라도 준비 과정을 투명히 공개하고 진심으로 한인사회의 협조를 구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연 대표기자

시카고 월드한식페스티벌 보도영상/뉴스매거진 제공 유튜브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