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명성 연방검사 잘렸나…트럼프·법무장관 딴소리

법무 “해임 요청해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트럼프 “법무장관 일, 난 관여안해”

트럼프 직접 면접해 낙점한 검사장…취임 후 트럼프 측근 겨냥 거침없이 수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에 거침없이 칼날을 휘둘러온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 연방검사장의 거취를 두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버먼 검사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소식을 전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 소관이라며 딴소리를 한 것이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에 따르면 바 장관은 버먼 검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당신이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오늘부로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바 장관은 이어 상원에서 후임을 인준할 때까지 차석인 오드리 스트라우스가 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가 나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버먼 검사장을 왜 잘랐느냐는 질문에 “그건 법무장관에게 달린 일이다. 법무장관이 그 문제를 맡고 있고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해임했다는 바 장관의 서한과 배치되는 발언인 셈이다.

바 장관은 전날 버먼 검사장이 교체될 것이라면서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후임이 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교체 사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칼날을 세운 수사가 문제가 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버먼 검사장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토요일인 이날도 사무실에 출근했으며 취재진에 “오늘 더 할 얘기는 없다. 내 일을 하러 나온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관심사는 사무실과 직원들의 업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은 주가조작을 비롯한 대형 화이트칼라 범죄수사로 ‘월가의 저승사자’란 별칭을 갖고 있다. 미 전역 93곳의 연방검찰청 가운데 명성이 가장 높고 소속 검사들의 자부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먼 검사장은 2018년 검사장에 취임,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 노릇을 한 마이클 코언을 기소했고 트럼프 재단의 선거자금법 위반을 수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루디 줄리아니를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날 만한 상황인 셈이다.

정작 버먼 검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 그 자리에 앉은 공화당 지지자다. 트럼프 인수위원회에서 직을 가지고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면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있었으나 취임 후 권력을 눈치를 보지 않는 수사 지휘로 검사들의 신망을 얻었다고 CNN은 전했다.

버먼 검사장의 교체 권한을 두고서는 논란도 있다. 통상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지명해 상원 인준을 받는데 버먼 검사장은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장관이 지명, 해임과 교체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애매한 형편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 연방검사장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