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중독은 포르노에, 보복은 아시안 업소에?”

용의자 “마사지 업소 때문에 성중독 고민” 주장…허점 많아

업계 관계자 “비용 부담, 연령제한 등, 자주 찾지 못했을 것”

범행 전날 집서 쫓겨나…화풀이로 아시안 여성 노렸을 수도

지난 16일 아시아계 여성 타깃 총격사건의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21)의 과거 행각과 범행 동기의 단서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롱은 지난 2019년 노스조지아대학에 재학중이던 1월 테네시주 차타누가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서 8월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롱의 부모는 911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롱이 자발적으로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신고를 접수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롱의 아버지는 “아들은 약물중독도 아니며, 정신병도 없고, 자살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임을 확인했다. 당시 롱과 그의 애인은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모두 무시했다.

8월 집으로 돌아온 롱은 갑자기 성중독을 이유로 조지아주 라즈웰에 있는 ‘매버릭 리커버리’라는 재활시설에 입주했다.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이 시설은 아파트처럼 입주해서 생활하는 곳으로 출입이 자유롭고, 한 아파트에서 룸메이트와 거주하며, 시설이 제공하는 12단계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롱의 성중독과 마사지 업소 출입 등에 관련한 증언은 모두 롱의 룸메이트였던 타일러 베일리스라는 청년에게서 나왔다. 약물중독으로 입소했던 베일리스는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롱이 포르노에 심각하게 중독돼 있다”며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았고 컴퓨터에도 각종 성인사이트 이용 제한 기능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사지 업소와 관련해서는 “적어도 3차례 마사지 업소에 다녀와서 후회하며 자신을 저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면서 “자주 출입했다”고 말했다. 마사지 업소의 잦은 출입은 롱의 부모도 문제로 여겼다고 WP는 보도했다. 또한 베일리스는 WP에 “롱이 마사지 업소 출입문제로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롱이 지난 2018년 침례를 받은 뒤 간증하는 모습. 첫눈에도 앳된 얼굴이다./Twitter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본보와 인터뷰한 스파 업계 관계자는 “자주 출입을 했다는 주장 자체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그는 “스파업소가 가장 두려워하는 단속 가운데 하나가 미성년자를 받다가 적발되는 것”이라면서 “마사지 라이선스 규정상 업소에는 만 21세 이상만 출입할 수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업 및 라이선스 정지까지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령 문제는 성 관련 문제와 달리 단속시 확실한 위반 증거가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소가 이를 철저히 지키려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20대 중반으로 보여도 ID를 요구하는데 첫눈에도 앳된 얼굴의 용의자가 어떻게 자주 업소를 출입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롱의 부모와 룸메이트의 증언대로라면 용의자 롱은 19세부터 마사지 업소에 출입한 것이 된다.

조지아주 마사지 라이선스 규정 10조 282항에 따르면 마사지 업소는 21세 이상의 동반 보호자나 부모 없이 청소년을 실내에 유치하다 적발될 경우 영업 및 라이선스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이 관계자는 “업계는 이 조항을 21세 이상 고객만 받는 것으로 해석해 엄격히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사지 서비스 이용 비용을 어떻게 마련해 ‘자주’ 출입했는지도 의문이다. 총격 피해를 당한 골드스파와 아로마세라피 스파는 한 번 방문시 기본 마사지(30분) 요금을 60~80달러 부과하고 1시간일 경우 120달러, 팁까지 포함하면 약 200달러가 소요된다.

WP 등에 따르면 용의자 롱은 2019년 8월까지는 차타누가에서 머물렀고 이후 재활시설에 입소해 지난해 3월 시설에서 퇴소한 뒤 전시회를 준비하는 업체에서 시급제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장마저 코로나 불황으로 인해 정리해고 되면서 이후에는 부모의 집에서 무직 상태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돈을 주지 않았다면 중독이라고 부를 만큼 업소에 출입하는 것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WP의 보도대로 용의자가 사건을 저지르기 전날 부모의 집에서 쫓겨났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부모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용의자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물색하다 경비가 허술하고 저항도 하기 힘든 아시안 업소와 그곳의 여성들을 노리고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르노에 중독돼 고민해놓고 엉뚱하게 보복은 아시안 업소를 대상으로 했다”면서 “종교적인 이유라고 주장하지만 기독교에서 가장 금지하는 죄악인 살인으로 죄의식을 씻으려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롱이 결국 잔인한 살인행각을 벌인 범죄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골드스파 간판/Atlanta K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