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북아프리카계, 백인 아닌 별도 인종 분류해야”

아랍계, 빠르게 성장하는 인종 집단…고유의 특성·경험·대우 달라

미국의 인종별 인구 현황 분석시 ‘중동·북아프리카계’를 ‘백인’이 아닌 별도 인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시카고 일리노이대학(UIC) 연구팀은 최근 시카고 지역의 아랍계 미국인들이 겪는 불평등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연방 센서스국(U.S. Census Bureau)에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 인종 그룹을 ‘백인 또는 코카시안’에 포함시키는 대신 ‘중동·북아프리카계’로 따로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UIC 공공정책연구소가 펴낸 이 보고서는 인구 다양성과 인종적 정의의 현주소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작성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는 “아랍계 미국인을 백인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관심과 자원 접근 기회, 지원 가능성이 차단되거나 결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다년에 걸친 조사를 통해 아랍계 미국인들이 겪는 불평등에 관한 양적·질적 정보를 수집·분석한 결과 유사 인종차별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랍계 미국인이 ‘백인’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실제 주택 소유율과 중위소득은 백인 평균 보다 낮고 주거비에 대한 부담, 실업률과 무보험률은 백인 평균 보다 더 높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정부가 인종 불평등 완화를 목표로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예방접종을 우선적으로 시행했으나 아랍계는 뒤전으로 밀렸고 사망자 집계도 백인으로 간주돼 정확한 숫자를 추적하기 어려웠다”며 “유색인종 커뮤니티를 위한 코로나19 피해 지원금 대상에서도 제외됐다”고 부연했다.

반아랍·반이슬람 정서가 아랍계 미국인들의 시민참여 가능성을 낮추고 안전·존엄성·소속감을 확보하고 살 능력을 제한하고 있으나 ‘백인’으로 분류돼 불평등한 현실을 다루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나버 교수는 “보이지 않는 문제 외에도 미국 정부와 언론이 아랍인과 무슬림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랍계 미국인은 식료품점·교실·직장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인종 프로파일링과 차별의 표적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아랍 정서가 9·11 이후 급증했으나 2001년 훨씬 이전부터 미국에 널리 퍼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미국 연방기관 20여 곳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은 2030 인구총조사에 중동·아프리카계를 새로운 인종 범주로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고 시카고 선타임스는 전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예산관리처는 오는 4월 12일까지 공공 의견을 수렴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