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 “전기차,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문제”

전환 서두르면 내연기관차 수익저하 가능성…소비자 수요 변화에 촉각

포드의 전기차 F-150
조지아에서 생산되는 SK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포드의 전기차 F-150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확산하면서 휘발유 차량 등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종료 시점에 대한 제조업체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전기차 올인 시점에 대해 업체마다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다면서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 전기차로의 대전환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수요를 감안하면 당장 생산을 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신차 중 10%는 전기차였지만, 선두업체인 테슬라나 중국의 전기차 전문 제조업체를 제외할 경우 기존 자동차 업체의 매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 줄어든다.

특히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 가격 상승 등 시장의 변화로 전기차를 팔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비중을 줄일 경우 매출이 떨어져 전기차에 대한 투자까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자동차 판매 대수로 세계 1위 업체인 도요타의 신임 사장 사토 고지는 최근 전기차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도요타는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등 경쟁사에 비해 전기차에 대한 투자가 적은 업체다.

특히 메이저 제조업체가 아닌 중소업체일 경우 이 같은 고민은 기업의 생존 여부에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일본 스바루 자동차의 미국 자회사 최고경영자인 톰 돌은 “압박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중저가 자동차로 알려진 스바루는 시장에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실제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 중이다.

다만 WSJ은 기업들이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전기차 시장에서 뒤떨어지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내연기관 자동차로 올리는 수익 때문에 전기차로의 전환을 늦출 경우 미래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