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무역관, 한국식 “빨리 빨리” 안통했다

미국서 23년만에 첫 개관 신청…미 국무부 내부 처리중

사전 준비없이 일단 오피스 문열고 개설 승인수속 진행

전문가들 “준정부기관 승인에 최소한 6개월 이상 걸려”

 

지난해 8월 오픈한 코트라 애틀랜타 무역관 사무실이 일단 문을 닫고 준비팀장이 댈러스로 발령나면서 무역관의 앞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트라와 애틀랜타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벅헤드 KKR빌딩(구 세일즈포스 빌딩)에 소재한 애틀랜타 무역관 오피스는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또한 무역관 개설 준비팀장으로 파견됐던 윤태웅 무역관장은 최근 댈러스 무역관으로 전보 발령됐다.

윤관장은 “코트라는 매년 8월 정기 인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애틀랜타 무역관에 부임한 뒤 1년간 미국 연방정부의 개관 승인이 나오지 않아 일단 댈러스 전보 발령이 났다”면서 “하지만 직책은 ‘무역관 개설 담당 부장’으로 애틀랜타 무역관 개설을 준비하는 임무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윤관장에 따르면 오피스 건물은 랜드로드와 협의해 개관 승인이 날때까지 임대료 없이 유지(Rent Freeze)하는 것으로 협의한 상태이다. 이 건물은 A클래스 오피스 빌딩으로 임대료가 스퀘어피트당 연간 35~40달러에 이른다. 윤관장은 “지난해 채용한 2명의 현지 직원 가운데 1명은 이미 애틀랜타의 한국 대기업 지사로 이직했고 다른 직원 1명도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윤관장은 개관 승인 지연에 대해 “승인 주관기관인 미 국무부에서 처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코트라 미주 본부와 주미대사관이 필요한 모든 서류를 제출한 상태이며 서류가 잘못돼서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은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주미대사관의 기업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 상무관보(산자부 파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월 부임해 애틀랜타 무역관 개관 관련 신청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신청과정에서의 하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국무부의 내부 프로세싱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며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애틀랜타총영사관 관계자는 “무역관은 준정부(Quasi-Government)기관으로 연방 국무부가 관할하기 때문에 총영사관은 신속한 승인을 위해 조지아 주정부 인사들을 통한 측면 지원을 주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총영사관은 이를 위해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등에게 한국 무역관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의 승인이 늦춰지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무역관 개설 준비과정에 도움을 줬던 한 법인설립 전문가는 “최근 연방 차원에서 준정부기관에 대한 설립 허가가 나오는데 최소한 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8월 오피스를 개설한 뒤에야 설립을 위한 신청서류 작성과 제출 등을 준비했으니 승인이 나지 않은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내 한국 무역관 신설은 지난 1996년 디트로이트 무역관 설치 이후 2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미국내 수속에 대한 경험부족 등으로 한국 정부와 코트라의 준비작업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는 지난해 5월 이사회에서 마이애미 무역관 폐지와 애틀랜타 무역관 신설을 결정하고 사전 개설준비도 없이 3개월만에 애틀랜타 무역관 준비팀을 파견했다.

현지에서 ‘그라운드 제로’ 상태로 개관 준비작업이 시작됐는데도 애틀랜타총영사관은 준비팀 파견 2달만인 지난해 10월에 개관식을 겸한 경제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한국식 ‘빨리 빨리’ 문화를 미국에서 적용하려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윤태웅 관장은 “애틀랜타 무역관 개설은 변함없는 사실이며 승인이 나오는 대로 애틀랜타로 복귀해 오피스를 재오픈한고 직원도 다시 채용할 계획”이라며 “프로세싱이 차질없이 진행돼 하루 빨리 개관 승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애틀랜타 무역관이 위치한 KKR 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