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10일째…한인상권 ‘불똥’은 잦아들었지만…

추가피해는 일단 진정…”재산피해 복구 막막해…아직 벼랑끝 심정”

‘제2 폭동’ 우려 벗어난 LA도 비상모드…방위군 투입에도 자체순찰

미국 전역에서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시위는 미주 한인들에도 적잖은 상흔을 남겼다.

기본적으로 한인 사회와는 무관한 이슈이지만, 시위가 격화하고 일부 무차별적인 ‘심야 약탈’이 이어지면서 미국 전역의 한인사회도 덩달아 몸살을 앓았다.

항의 시위의 폭력성이 다소 가라앉으면서 한인 상권의 피해도 지난 주말 정점을 찍고 진정되는 양상이다.

한인 사회의 피해가 처음 표면화한 곳은 진앙 격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다.

지난달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졌고, 곧바로 분노한 주민들의 시위로 이어졌다.

당시 시위대가 흩어지고 일부 폭력적인 양상으로 번지면서 일부 한인 상점까지 약탈 공격을 받았다.

지난 28일 밤 미니애폴리스 일대의 한인 점포 5곳이 약탈·방화 피해를 봤고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피해 점포는 10곳으로 늘어났다.

뷰티 서플라이(미용용품), 의료, 휴대전화 점포 및 식당 등이다. 이번 주 들어서는 추가적인 피해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황효숙 미네소타 한인회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흑인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평화적인 시위로 자리 잡는 것 같다”면서 “폭력은 시위 메시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평화적 시위대가 직접 나서서 일부의 폭력적 행위를 막기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시위는 격렬하다. 한인 상점의 피해는 줄었지만, 아직도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심정”이라며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그저 막막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각지의 한인들이 피해액 추정에 극히 조심스러워 하는 것도 이러한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한 교민은 “지금은 보상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모든 게 조심스럽다”면서 “막대한 피해액 추정치를 보도한 한국 언론 기사가 자칫 영어로 옮겨져 현지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되레 추가적인 약탈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까지 들 정도”라고 말했다.

한인 피해가 많이 발생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도 전반적으로 약탈은 줄어든 분위기다.

약 7만명의 교민이 거주하는 필라델피아 일대에선 지난 주말 약탈이 집중됐고, 이번 주 들어서면서 산발적인 피해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한인 업체 50여곳이 약탈 피해를 봤다.

30여곳은 뷰티 서플라이 업체다. 흑인 여성의 필수품인 가발과 미용용품 등을 파는 곳으로, 필라델피아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나상규 펜실베이니아 뷰티 서플라이 협회장은 “어제(3일) 심야에는 추가 피해는 없었던 것 같다”면서 “2~3일 정도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뉴저지 일대에서도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흑인 비율이 높은 뉴욕시 브롱크스 지역에서 신발 가게를 비롯해 최소 4개 점포가 약탈 공격을 받았다.

대규모 한인 상권이 형성된 맨해튼 32번가 일대, 퀸스 플러싱·베이사이드 지역에선 피해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밖에 시카고에서 14건, 세인트루이스에서 10건, 랄리 6건, 워싱턴D.C. 4건, 애틀랜타 4건 등의 피해가 보고됐다.

최대 한인 거주지역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최소 3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1992년 ‘LA 폭동’의 악몽은 재현되지 않은 셈이지만, LA 한인사회는 자체 비상순찰대를 구성해 코리아타운 순찰에 들어간 상태다.

LA 한인들로서는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이 코리아타운에 배치되면서 한시름을 덜기는 했지만,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판단에서 자체 순찰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인 점포들도 잇따라 약탈 피해를 당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한인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