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재의 수요일’에 시작됐다

WSJ, 35명 사망 커클랜드 요양원 참극 원인 분석

호흡기질환 나도는데 행사 강행…음식 나눠먹기도

현재까지 35명이 사망한 미국 시애틀의 커클랜드 요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안이하게 대응해 비극적인 결과를 보여준 사례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는 요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대처했기에 이처럼 사태가 커진 것인지 조목조목 분석했다. 커클랜드의 라이프케어센터는 지난 2월25일 ‘마디그라'(Mardi Gras)와 26일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등 기독교 축일 행사를 열었고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 ‘재의 수요일’이 ‘죽음의 수요일’로

코로나19 사태가 커지기 전 이미 요양원에는 호흡기 질환이 돌고 있었다. 요양원에는 평소보다 위생 수준을 높이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태여서 재의 수요일 날 매니저들은 직원들에게 두 개의 식당을 즉시 폐쇄하고, 모든 공용 공간을 닦고, 그룹 활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행사는 강행됐다. 팀 킬리언 요양원 대변인은 “올해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라서 취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호흡기병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만 따로 방에 분리되어 있었고 나머지 수십명의 입주민과 직원, 방문객들은 초청 밴드의 연주에 박수를 보내고 수십명이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박수를 치며 행사를 즐겼다.

하지만 그 후 며칠내로 간호사들이 아픔을 호소했고 입소자들이 911에 실려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이 요양원에서 35명이 사망해 미 전체 사망자의 7%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들 죽음의 중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겼던 재의 수요일 행사가 있다. 요양원 대변인은 “우리에게 26일은 모든 것이 고조되기 시작한 날”이라고 설명했다.

◇ “미지근한 대응이 병 확산 불러”

WSJ는 요양원 경영진이 이 코로나19가 이토록 치명적인 줄 몰랐더라도 창궐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쳤다고 분석했다.

행사가 있었던 26일 요양원은 내내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찾아온 많은 방문객은 정확한 기록을 남기지 않아 나중에 병 발생 후 추적이 불가능했다. 소방관들조차 코로나 19 환자 발생 후에도 그 사실을 몰라 아무 보호 장비없이 시설을 들락거렸다.

정확히 언제 이 요양원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월 중순 약 120명의 입소자가 있던 이 요양원은 2월10일경부터 호흡기 질환자가 발생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요양원 대변인은 나중에 “이런 호흡기 질환 증세는 흔해서 한달에 3~7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며 주의를 덜 기울인 이유를 말했다. 입소자들은 예방차원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직원들 몇몇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보고 한 입소자가 “독감이 유행하는 거냐”고 요양원 측에 묻자 “그냥 몇명이 예방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이유로 재의 수요일 행사에서 복도에 있었던 일부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파티 참석자들이 입었던 유일한 마스크는 화려한 가면이었다.

라이프케어센터/Googl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