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사태] ① 한인 10명중 1명은 ‘서류미비’

국경 넘는 불법이민자 포화사태…중간선거 ‘쟁점’ 부각

공화당 “선거 승리하면 강경한 대처법안 마련” 으름장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법 이민을 둘러싼 미국내 진영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민정책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한인 서류미비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3회에 걸쳐 불법이민과 관련된 쟁점을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통계에 따르면 새롭게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은 사람은 지난 2019년 97만명, 2020년 45만명에서 2021년 17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올해는 9개월도 지나지 않아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멕시코와 국경을 마주한 남부 지역은 연방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불법이민자를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북부 지역으로 강제 이송하고 있고 심지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자택 앞으로 이들을 실어나르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 워싱턴 DC와 일리노이주 등은 불법이민자 급증에 따른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 등은 물론 친여 기조의 워싱턴포스트마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의 소극적인 대처로 국경 보호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텍사스 국경순찰대가 위치한 엘패소의 경우 하루 평균 1300명 이상이 국경을 넘다 적발되면서 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모자라 인근 호텔까지 렌트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은 “백악관이 대처를 포기하면서 국경이 맞닿은 지역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의석을 되찾을 경우 강경하게 불법이민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공표하고 있다. 불법이민 사태를 최대한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의도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전 공약인 불체자 단계적 사면이 이미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신규 불법이민자 급증으로 인해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게 되면 한인을 포함한 서류미비자 1200만명(퓨 리서치 추정)의 구제는 완전히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LA 폭동 30주년을 맞아 남가주대학교(USC) 소수계연구재단이 발표한 ‘LA카운티 이민자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 가운데 12%가 서류미비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류미비자들은 미국 출생 시민권자 자녀나 영주권자 및 시민권자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서류미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더욱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류미비자의 미국 체류기간은 10년 이상이 70%였으며 20년 이상도 28%여서 장기간 미국에 불법체류하면서도 신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지아주의 한인 서류미비자는 아직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추정치조차 없는 현실이지만 LA의 통계를 대입할 경우 1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서류미비 한인은 “시민권자인 자녀의 명의로 비즈니스를 설립해 운영을 하고 있지만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현장에 나서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불시 단속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지만 요즘처럼 불체자 문제가 부각되면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이민변호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지아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불체자 단속에 적발돼 추방재판에 회부되는 한인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면서 “하지만 희망을 불러일으켰던 바이든 대통령마저 포괄적인 사면을 거론조차 못하는 상황이어서 가시적인 구제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ICE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