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무장세력 ‘부걸루’, 미국사회 위협

코로나 봉쇄반대·흑인사망 항의 등 시위 참석…경찰 살해도

반정부 성향 극단적 자유주의자로 ‘제2의 남북전쟁’ 주장해

경찰을 총격 살해한 미국의 현역 군인이 반정부 무장세력 ‘부걸루'(boogaloo)와 연루돼있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미국 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워싱턴포스트(WP)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부걸루 지지자들은 올해 들어 총기규제법 반대 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반봉쇄 집회,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항의 시위에 잇따라 등장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4월 코로나19 봉쇄 반대시위에 참여한 부걸루 [AP=연합뉴스]
최근에는 추종자들이 잇단 살인, 폭력 선동 사건에 연루되며 미국 사법당국의 요주의 대상으로까지 부상했다.

연방검찰은 이날 경찰관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공군 하사 스티븐 카리요(32)가 부걸루 운동과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30일에는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부추기기 위해 사제 무기와 화염병을 제작한 부걸루 지지자 3명이 체포됐다.

또 지난달 초 코로나19 반봉쇄 시위가 한창일 때에는 콜로라도주 덴버와 텍사스주 웨스트오데사의 부걸루 지지자들이 파이프 폭탄 제조와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등 혐의로 잇따라 붙잡혔다.

‘부걸루 부아’ 태그를 달고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 동참한 부걸루 [AFP=연합뉴스]
이처럼 최근 대형 시위와 각종 사건에 휘말리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부걸루는 수년 전 미국의 극우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에서 태동했다.

총기 소유와 반정부 활동을 지지하는 백인 남성들이 1984년 개봉한 브레이크 댄스 영화 ‘브레이킹2: 일렉트릭 부걸루’를 비틀어 ‘내전2: 일렉트릭 부걸루’라는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만들어내면서다.

이후 부걸루는 극우 게시판에서 제2차 남북전쟁과 같은 새로운 내전과 사회의 붕괴, 반정부 무장활동, 정부조직에 대한 테러 등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고, 부걸루 지지 운동으로 발전했다.

부걸루 운동과 그 지지자들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특정한 리더가 없는 느슨한 형태를 띠고 있다.

AFP통신은 부걸루가 “체계적이지 않지만, 중무장을 옹호하고 폭력과 소요 사태를 목표로 한다”고 분석했다.

부걸루 지지자들은 자신을 ‘부걸루 보이(boy)’, ‘부걸루 부아(bois)’, ‘부자헤딘(boojahideen·이슬람 무장세력 무자헤딘을 패러디한 용어)이라고 부른다.

WP에 따르면 부걸루 지지자는 자유주의, 보수주의, 개인주의 등을 지지하며 수정헌법 2조에 기반한 총기 보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극우 백인우월주의자와도 사상적 기반을 공유한다.

지지자들이 코로나19 봉쇄령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정이라고 주장하며 반봉쇄 시위에 나선 이유도 부걸루의 극단적 자유주의에서 비롯됐다.

하와이안 꽃무늬 셔츠를 입은 부걸루 [트위터 사용자 계정 캡처]
부걸루들은 시위 현장에 꽃무늬가 새겨진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총기로 무장한 채 등장하는데 이 또한 그들의 자유주의적 성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부 부걸루들은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시위대까지 보호했다. 이는 전통적인 미국 민병대나 백인 우월주의 무장단체와는 다른 부분이다.

BBC 방송은 부걸루의 흑인사망 항의 시위 동참에 대해 “그들이 바라는 내전 상황을 촉발하는데 전국적인 시위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부걸루 지지그룹은 125개에 달한다”며 “수만 명의 지지자가 무기와 폭발물 제조, 반정부 활동을 위한 전술과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걸루’ 명칭이 유래한 1984년 브레이크 댄스 영화 ‘브레이킹2: 일렉트릭 부걸루’
[소셜미디어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