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53호

 트럼프를 움직이는 여성 목회자 폴라 화이트

얼마전 영국신문 가디언(Guardian)은 “트럼프에게 하나님의 메시지를 듣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한 여성 목회자를 소개했습니다. 플로리다 중부 어팝카의 폴라 화이트(Paula White)라는 목사인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때 개회기도(Invocation)를 하고 이후 백악관 복음주의 자문위원장을 맡아 유명한 여성입니다.

화이트 목사는 자신이 2000년 당시 뉴욕 사교계의 플레이보이인 트럼프에게 복음을 전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후 영적인 사제 관계가 돼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기독교계의 입김을 가장 많이 불어넣는 인물로 꼽히고 있습니다.

화이트 목사는 3번이나 결혼했고, 보수 교계로부터는 이단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다른 목사와 간통 의혹도 있었고, 파산과 약물중독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얼마전에는 자신의 메가처치를 2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며느리에게 물려줘 한국 같았으면 ‘세습교회’라는 비난을 들어야 할 처지입니다. 현재의 남편은 록그룹 ‘저니(Journey)’의 키보디스트로 전세계적인 히트곡 ‘Don’t stop believing’, ‘Open Arms’, “Faithfully’ 등을 작곡한 조나단 케인입니다.

이렇게 허물이 많은 목회자여서 그런지 비슷한 처지의 트럼프와는 더 잘 통하는 모양입니다. 가디언은 지난 2월 화이트 목사의 ‘지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모임에서 장로교인인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쿤스에게 다가가 “낙태는 하나님이 싫어하는 범죄”라며 민주당의 낙태 관련 정책을 비판한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화이트 목사를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그녀를 잘 아는 한인 목회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 한국 정권에 대해 “햇볕정책이라는 위장을 통해 북한에 돈을 제공해 핵무기를 개발하게 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취임 초기 트럼프가 했던 발언과 한국 정부에 대한 대응에서 비슷한 기조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트럼프가 나서서 북한에 햇볕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전하고 있어 만약 이런 인식이 있었어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흐름을 읽어서인지 청와대가 차기 주미대사로 ‘햇볕정책의 설계자’로 불리는 문정인 외교안보 특보를 임명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말 트럼프의 인식이 바뀌었다면 신임 주미대사를 ‘Open Arms’로 환영하겠지만, 만약 미국측과의 조율없이 그동안 반미 발언을 이어왔던 사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면 앞으로 한미관계에 많은 불협화음이 예상됩니다. 한일 무역갈등과 중-러 군용기의 영공 침범 등으로 미국과의 친선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더욱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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