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시민들은 생각보다 현명하다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171호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비아냥을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입니다. 미용실과 이발소 등 접촉이 가장 많은 업종을 가장 먼저 오픈하도록 허용해 민주당과 언론은 물론 우군으로 생각했던 트럼프 대통령까지 켐프 주지사를 ‘무뇌아’ 로 만들었습니다.

자니 아이잭슨 상원의원의 후임을 놓고 대통령의 뜻을 꺾고 정치 신예 켈리 로플러를 임명한데 이어 이번에도 자신을 ‘배신’한 트럼프를 ‘사뿐히’ 무시하고 비즈니스 재개를 밀어부쳤습니다. 사실 2018년 주지사에 당선되는 과정에서도 이 남자의 뚝심은 대단했습니다.

당시 네이선 딜 주지사를 포함해 조지아 공화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케이시 케이글 부주지사가 가장 유력한 차기 주지사 후보였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미 선거가 끝났다”고 할 정도였고 주내무장관 경력밖에 없었던 켐프에게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압력이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켐프는 “결국은 내가 이긴다”며 압도적인 선거자금 열세에도 불구하고 레이스를 계속했습니다. 프라이머리 결과는 케이글 39% 대 켐프 26%.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2명이 런오프(runoff)를 치르게 됐습니다. 케이글 입장에서는 11%만 더 득표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트럼프가 갑자기 켐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별다른 정책적 차이도 없는 2위 후보를 지지한 것 자체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겠다는 뻔한 의도였지만 펜스 부통령까지 달려와 선거운동을 해주는 바람에 조지아주 공화당원들의 표심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런오프 결과 켐프 70%, 케이글 30%로 믿을 수 없는 대역전이 벌어졌습니다. 케이글은 프라이머리 때 받았던 26만표보다 9만표나 적은 17만표를 얻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내가 도와줘서 주지사가 된 주제에..”라고 생각하는 반면, 켐프는 “내가 언제 지지해달라고 했나”라는 입장이라고 보면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은 쉽게 이해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고집과 자존심이 세고, 게다가 운까지 좋은 두 남자 때문에 조지아 주민들은 풍파를 겪고 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비즈니스를 열라고 하는 바람에 고객들은 혼란스럽고, 업주들은 걱정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생각보다 훨씬 현명합니다. 켐프 주지사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정말 많은 비즈니스가 “우리가 준비되면 열겠다”며 오픈을 미루고 있습니다. 고객들도 ‘준비가 되고, 안심이 되면’ 그때 가게에 가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오해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한인을 비롯한 조지아 주민들의 시민의식을 믿습니다.

대표기자

One thought on “[뉴스레터] 시민들은 생각보다 현명하다

  1. 항상 글을 보면서 느끼는것은 대표기자님 성향은 민주당 쪽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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