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H마트의 잘못된 선택

직원 확진자 발생 12시간도 안돼 오픈 결정해

방역-딥클리닝만큼 직원과 고객 ‘안심’도 중요

투명치 못한 공개과정도 문제…시스템 바꿔야

미국 최대 한인 식품점 체인인 슈퍼-H마트가 전국 매장 직원들의 연이은 코로나19 확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뉴저지주 리지필드점에서 직원 1명이 사망한데 이어 시애틀 2개 지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조지아주 존스크릭점과 둘루스점도 6일과 11일 각각 직원의 확진 소식을 전했다.

미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파도에 필수업종인 식품점이 이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H마트는 매장 숫자가 가장 많고 채용 규모도 크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파도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감염 예방이 1차적 목표가 돼야 겠지만 문제가 발생한 이후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매장 직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직원은 물론 고객들의 우려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H마트가 사후 이를 알리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직원과 입주 업체, 그리고 고객들의 불안과 염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12시간도 안돼 방역 마치고 재개점?

지난 11일 오후 8시30분 직원 가운데 1명이 코로나19 양성반응을 통보해왔다는 H마트 둘루스점은 곧바로 “밤새 방역과 청소를 마치고 12일 오전에 정상적으로 개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시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바이러스 방역과 딥클리닝 등 철저한 청소가 가능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20년 이상 청소업에 종사한 한인 전문가는 “6만 스퀘어피트 규모가 넘는 매장에 대해 딥클리닝을 하려면 최소한 2~3일 가량이 걸린다”면서 “물론 대규모 인원을 투입하면 단시간에 끝낼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그런 요청을 처리할 회사가 있을런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문업체인 신타스(Cintas) 등은 식품점 등 대규모 시설에 대한 딥클리닝에 약 2만달러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확진자가 있다는 말은 바이러스가 이미 매장안에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방역과 함께 꼭 철저한 청소가 필요하다”면서 “딥클리닝은 소독제와 항바이러스 약품 등을 사용해 디테일하게 매장 시설은 물론 모든 집기, 손잡이 등 하이터치 부분을 철저하게 청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방역도 전문업체가 연방 정부가 지정한 약품을 써서 실시해야 하지만 해당 약품도 현재로서는 구하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약품은 1병당 거래가가 4000~5000달러까지 치솟아 전문업체들도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 직원 건강과 고객 안전이 ‘1순위’

이같은 결정에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입주 업체 관계자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한 업주는 12일 기자에게 “최소한 2, 3일은 있어야 바이러스가 사라진다는데 한나절 만에 문을 열었다”면서 “불안해서 당분간 가게 문을 열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방역과 청소와는 별개로 직원들의 건강을 점검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른 매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H마트 둘루스점보다 6시간 먼저 확진 직원을 확인한 메가마트 둘루스점은 “직원은 물론 직원 가족들의 건강 점검까지 필요하다고 판단해 휴업 4일 후인 오는 15일 재개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앨라배마를 비롯한 타주에서 고객들이 몰리는 일요일을 앞두고 서둘러 개점 결정을 내렸지만 정작 고객들은 더 불안해 하고 있다. 둘루스에 거주하는 한 한인 고객은 “이제는 직원 가운데 확진자가 없는 매장을 찾기 보다는 확진자 발생후 처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매장을 선택해야겠다”고 말했다.

◇ 나쁜 소식도 투명하게 알려야

지난 6일 존스크릭점과 11일 둘루스점의 직원 확진 소식은 모두 폐점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저녁 늦은 시간 공개됐다. 그것도 한인 언론이나 H마트가 개설한 홍보 카카오톡 단체방이 아닌 매장 문앞에 공지를 붙여놓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반면 8일 확진자가 발생한 아씨 스와니점과 메가마트 둘루스점은 확진사실을 통보받은 직후 한인 언론사에 “고객들에게 알려달라”며 먼저 요청을 해왔다. 매장으로서는 가장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알려야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H마트는 본사 차원에서 코로나19 비상 태스크포스가 구성돼 있다. 태스크포스가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야할 것은 고객의 안전과 직원 및 매장 관계자들의 건강이다. 혹시 다른 가치를 먼저 생각하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