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가 기사를 모두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일홍 애틀랜타한인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한인회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불쑥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변호사가 놀랍게도 한인 언론사들의 기사를 모두 모니터링하고 있다. 모두 영어로 번역해 문제가 될 내용들을 걸러내고 있다. 여기 있는 기자 여러분도 기사를 쓸 때 똑바로 써야 한다”

자신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한 한인사회 대표 단체의 수장으로서 귀를 의심하게 할만한 말이었다. 평소 시민의 소리 측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참석한 기자들에게는 분명 위협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입장만 발표하고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회견장을 빠져 나가는 김 회장에게 기자는 “회견을 하겠다고 기자들을 불러놓고 위협성 발언을 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김 회장의 발언은 더 놀라운 것이었다. “당신이 김일홍과 김윤철을 엿먹이기 위해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내용이다.

발언의 수준도 그렇지만 그동안 한인회 선거 관련 기사에서 김일홍 회장의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는 본보였기에 “누구의 말이며,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 그 말이야 말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했더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이어 나가면서 “허위기사나 쓰는 주제에…”라고 말하기에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더니 “글로비스 기사가 다 그렇다”고 답했다. 갑자기 ‘글로비스 소속 골든레이호 전도 사건’의 기사를 거론해 황당했지만 “도대체 어떤 기사가 허위인지 말해보라”고 따져물었다. 결국 대화는 기자에 대한 김회장의 폭언으로 중단됐고, 현장에 있던 10여명의 기자와 한인사회 관계자 앞에서 본보는 허위기사를 남발하고 특정인을 ‘엿먹이기’위해 보도를 하는 언론사가 됐다.

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소리측의 페이스북 주장 등을 근거로 “공탁금 갈취나 장물 은닉 등 명예훼손을 했으니 지상이나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한 번도 상대방을 비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얼마전 한인 신문에 게재됐던 한인회장 명의의 ‘용역업체 깡패 보스와 행동대장’ 광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또한 언론사에 대한 가장 심각한 명예훼손이 “허위기사를 쓴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있는지도 궁금하다.

언론보도가 항상 100% 정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오보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는 공익을 위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기사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말로 위협하더라도 이러한 자유는 위축되지 않는다. 또한 오보나 허위기사를 지적하려면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없는 공격’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던 인물이 자신도 ‘아니면 말고’식 공격을 남발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김일홍 한인회장의 임기는 내일이면 끝난다. 오늘 사건이 뒤늦게라도 남의 가시를 보기 전에 자신의 들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