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네트워크 양날개…아시아나, 다시 난다

범현대가 전폭 지원 속 재무개선 속도…면세·물류 등과 시너지

‘증손’ 에어부산, 100% 무리한 지분인수 대신 재매각 가능성도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새 출발을 한다. 새 주인이 된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범(凡)현대가인 HDC그룹의 지원 아래 외적 성장도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28일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7일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안을 처리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이다. 금호산업이 매각하는 구주 가격은 약 3200억원대로 합의됐다. 구주가격을 제외한 2조원 이상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쓰인다. 이를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은 내년 초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확충에 나선다. 이후 기존 기업이미지(CI) 변경 등 HDC그룹 색을 입히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든든한 우군’ 생겼다…아시아나, 재무개선 가속화

우선 HDC그룹에 새 둥지를 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액 중 2조18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에 활용된다. 이럴 경우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재무구조 개선 이후 기단 확대 및 노선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자금력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 노하우가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달 경쟁력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 확보는 물론 인수 이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불황 및 일본 여행객 감소,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 심화 등에 따라 적자 노선은 버리고 수익성을 강화하는 전략은 필수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장거리 노선 확대도 중요하다. 업계 1위 대한항공의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50%에 육박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 단거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신규 장거리 노선 발굴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수익성 강화 방안 중 핵심으로 꼽힌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장거리 네트워크 항공사로의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리스본 및 카이로, 멜버른 등의 직항편을 개설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들 부정기편에 대한 검토를 거쳐 정기노선 전환도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86대의 항공기로 70여개 국제선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전폭적인 지원사격도 예상된다. 우선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1위 투자회사다. 또한 범현대가의 속한 HDC그룹의 네트워크도 기대감을 키운다. 정몽규 회장의 선친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현대자동차와 포니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또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5촌 당숙이다. 범현대가 주요 계열사들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특히 그룹 계열사의 상용 수요 유치는 아시아나항공의 직접적인 수익성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란 게 업계 평가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은 여행 수요와 달리 꾸준한 상용 수요는 여객 부문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대한항공에 비해 상용 수요가 약했는데, 범현대가의 지원 속에 상용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면세 및 레저사업, 물류사업 등에서 시너지도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수익성 강화에 주목하는 동시에 사업 다각화에 힘써왔다. HDC아이파크몰을 운영하며 유통업계에 진출했고,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업에도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한솔그룹의 오크밸리(현 HDC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종합 그룹으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까지 손에 넣으면서 HDC그룹의 외형은 커질 전망이다. HDC그룹의 올해 자산규모는 10조원으로 재계 33위인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라 21조원으로 증가한다. 재계 순위 역시 17위로 수직 상승한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무리한 확장’ 부메랑

1988년 취항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0여 년간 고속 성장,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0년대 중반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그룹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주력으로 삼아 그룹을 공격적으로 키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으로 재계 순위를 한 번에 끌어올리려 했다. 이는 대우건설(2006년), 대한통운(2008년) 인수로 이어졌는데 결국 그룹의 유동성이 악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자, 결국 그룹은 2009년 6월 대우건설 지분을 재매각하기로 했다. 대우건설 매각은 지지부진했고, 위기는 계열사로 번졌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로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은 얼마 되지 않아 해체에 가까운 상태에 놓였다. 그룹 계열사로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했던 금호타이어는 무리한 회사채 발행 부담에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10년가량 경영난을 겪다 지난해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 아시아나 자회사 ‘에어부산’은 어디로…

이제 항공업계의 이목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으로 쏠린다. 공정거래법상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2년 안에 증손회사인 에어부산의 지분구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의 자회사 격상, 다른 계열사로 지분 이전, 그리고 재매각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에서 증손회사가 인정받으려면 손자회사가 자회사(지주사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인수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지주사인 HDC의 손자회사, 에어부산 등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6개는 증손회사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전량 보유한 에어서울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에어부산의 지분비율은 44.2%에 불과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까지 경영하려면 나머지 지분까지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를 해소하고자 에어부산을 자회사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매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에어부산은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최근 인천에서 여객기를 띄우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미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하는 에어서울이 있기 때문에 에어부산의 추가 지분까지 무리하게 사들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HDC현대산업개발을 새주인으로 맞았다.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27일 오전 각자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안을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