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안하다는 말, 참 힘들다”

지난 3일 애틀랜타한인회 전직 회장단은 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인회관 등기(deed)에 전직 회장들의 명의를 올려 현 회장이 함부로 한인회관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과 코로나 구호기금 사용내용을 보고하고 앞으로 어려운 한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애틀랜타한인회(회장 김윤철)가 임시 이사회를 거친 감사내용을 토대로 모든 재정 및 회계 자료를 한인사회와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로 소개됐었다.

전직 회장단측 권유로 김윤철 회장은 지난달 24일 한인회관 소회의실에서 11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이날 한인회 감사인 세무회계법인 송현의 이민호 세무사가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한인회 일반재정 및 코로나19 특별재정 감사보고를 진행했다.

한인회는 감사 과정에서 ▲한국정부 및 비대위, CKA 영수중을 무단 도용해 연방정부 기금을 부정 수령한 행위 ▲같은 영수증을 잇달아 2번 제출해 중복 수령을 한 행위 ▲외상 청구서에 ‘지급완료’ 가필해 위조된 문서로 연방기금을 신청한 행위 등이 모두 실수였다고 보고했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윤철 한인회장은 구체적인 감사 자료 대신 자신의 입장을 전문적으로 대변해주는 한 인터넷 매체가 주장한 “한인회 감사결과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기사만을 프린트해서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특히 제대로 감사결과를 공개하지도 않고 “구체적인 자료는 한인회 사무실에 비치해 놓았으니 원하는 기자들은 가서 확인해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사실 그 자료라는 것도 범한인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자료를 한인회 것이라고 위장해 전시해 놓은 것이다.

이의를 제기할 만한 자료제시와 보고도 없이 한인 언론사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결국 기자회견 자체가 한인회 재정감사를 제대로 진행했는지 여부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어도 대충 좋게 넘어가자”는 속셈으로 기획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날 참석한 한 전직 회장은 기자에게 “오늘 이 자리는 한인회가 정확한 회계에 대한 감사자료를 보고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말도 안되는 인쇄물 1장을 나눠주고 감사 보고라고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표시한뒤 회견 중간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이날 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이민호 세무사에게 전화를 걸어 “회계 감사때 한인회가 지출 영수증을 제출했으며 이를 확인했느냐”라고 물었더니 “지금 대답해 줄 수 없으며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답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기자회견 후에 해당 인터넷 매체는 또 “애틀랜타한인회 회계 부정이 없다는 전직 회장단의 보고에 한인 언론사 기자들이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며 “한인 언론사들이 허위 기사로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요동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무슨 이유로 김윤철 회장을 이렇게까지 비호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가짜뉴스’일 뿐이다. 다른 보도를 ‘허위’라고 매도하기 앞서 먼저 자신의 눈에 씌인 감정과 편견의 안경을 벗어야 할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본보를 비롯한 한인 언론들은 애틀랜타 한인들의 대표단체인 애틀랜타한인회가 조속히 정상화하기를 바랄 뿐이지 한인회 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언론사의 보도가 모두 100% 사실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관계를 성실하게 취재해 의혹과 문제를 지적한 보도는 한인 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작은 실수 하나를 숨기고자 더 큰 실수를 저절러 나중에는 돌이킬수 없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에 돌을 던질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한인회 사태를 통해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윤수영기자 juye1004@gmail.com

이민호 세무사가 한인회 회계감사보고를 하고 있다.
한인회가 공개한 코로나19 회계보고. 금액만 적혀있고 세부내용은 생략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