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6개월째 욕먹고 있는 이유는?

전문가들 “정치적 논리로 움직이는 외교적 조직”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경고하며 국제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세계로부터 ‘늑장대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30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65만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여러 의학 전문가들까지도 WHO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후쿠다 게이지 홍콩대 임상학 교수는 “WHO는 순수하게 기술적인 조직이 아닌 외교적 조직”이라며 “WHO는 정치적 논리로 운영되는데 종종 너무 뒤늦게 움직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쿠다 교수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인간 간 전염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고 마스크 착용지침도 뒤늦게 발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WHO는 공기 중 에어로졸을 통한 코로나19 전염에 대해서도 제한된 조건에서만 인정했다. 이는 전세계 약 240명의 과학자들이 공개서한으로 에어로졸에 의한 감염을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던 일에 비하면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였다.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학 전염병학 교수는 WHO가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던 것도 너무 늦었다고 봤다. WHO는 지난 1월30일 코로나19에 대해 국제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이어 3월11일 팬데믹을 선언했다.

물론 각국의 방역 실패가 온전히 WHO의 탓이 될 수는 없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 제대로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또 전염병 대응이 정치화되면서 방역이 더 무력화되기도 했다.

오스터홀름 교수는 “대규모 공공의료 계획이 대통령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전락하리라는 것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라며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wh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