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을 달려온 ‘딱정벌레’ 이제 쉬렴…

1938년 히틀러의 국민차 지시로 포르쉐가 제작

10일 멕시코 푸에블로 공장서 마지막 버전 생산

비틀 2019 라스트 에디션/VW.com

딱정벌레를 닮은 독특한 모양으로 지난 82년간 큰 인기를 끈 폭스바겐의 상징 ‘비틀’이 10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9월 단종 계획을 밝혔고, 이날부터 생산을 중단한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스캇 키오 폭스바겐그룹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비틀이 없었다면 오늘날 폭스바겐은 상상할 수 없다”며 “이제 비틀의 시대는 끝났지만 비틀이 폭스바겐 브랜드의 성장에 기여한 역할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에서 조립된 마지막 비틀은 폭스바겐 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국민차를 만들라는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지시를 받은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1938년 첫 출시한 ‘비틀’은 독일의 전쟁 상대였던 미국에서 인기를 모으며 전 세계적인 아이콘이 됐다.

특히 1968년 개봉된 디즈니 TV 시리즈 ‘러브 버그’에 등장한 ‘허비’의 실제 모델이 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1세대 모델은 2003년 단종되기 전까지 65년간 2100만대가 넘게 생산됐다. 1998년에 나오기 시작한 2세대 뉴비틀은 2012년 3세대 더비틀로 이어졌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판매가 줄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소형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대형차를 더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비틀의 경쟁력은 더 줄었다. 2015년 불거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도 악영향을 미쳤다.

폭스바겐은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해 비틀을 생산하던 공장에서 향후 북미 시장을 겨냥한 SUV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비틀 마니아들은 비틀의 단종 소식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 남부 콰우테펙에서 비틀 1세대로 택시 운전을 하는 아드리안 마르티네즈는 “비틀은 아무리 가파른 언덕이라도 문제없이 오를 수 있다”며 아쉬워했다.

최근 1975년형 비틀 1세대를 샀다는 콰우테펙의 정비공 베르나르도 가르시아는 “13살 때 처음으로 비틀을 얻었고, 그 이후로도 비틀을 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 차는 나보다 더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며 비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