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보] “에릭도 금식…이목사가 양아들이라고 소개”

전 교회 목사 “체포된 어머니, 머리 아프다며 교회 나가”

“무속 신앙 분위기 느껴 권면도…에릭은 늘 주눅든 모습”

에릭도 같은 교회로 옮겨…”스와니서 교회 개척” 발언도

지난 12일 발생한 한국인 여성 살인사건의 용의자 3형제 이준호, 준현, 준영의 어머니 이미희가 추가 체포되고 또다른 용의자 에릭 현이 “이준호 가족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이들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에릭 현은 3형제의 아버지인 이모 목사와 이미희 사모 부부와 함께 지난 6월 둘루스 한 한인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해당 교회 담임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에릭이 이 목사 가족와 함께 예배에 출석했고 이 목사는 에릭을 자신의 양아들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에릭 군이 하도 힘이 없어 보여 이유를 물었더니 ‘주말에만 금식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면서 “큰아들 준호군은 교회에 한번도 오지 않았고 에릭 군은 이 목사의 두 아들보다 훨씬 열심히 예배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에릭 현의 변호사는 “피해자 조세희씨(31)가 감금돼 있을 당시 에릭도 금식을 강요받고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목사 가족은 이민 초기 택시운전을 함께 했던 이 교회 교인의 소개로 출석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교인들과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다른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뒤 어머니인 이미희 사모를 포함한 가족들의 신앙관에 대한 이야기가 불거졌다”면서 “에릭은 늘 주눅이 들어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이들의 관계에서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목사 가족이 6월까지 출석했던 노크로스 한인교회의 담임목사는 “이미희 사모는 한국 경기도 P신학교를 졸업했고 사모의 어머니가 무속 분위기가 강한 기도원에서 자녀들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신앙 생활에서도 그런 점이 느껴져 ‘성경으로 돌아가라’고 자주 권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희 사모가 6월 갑자기 ‘이 교회에 오면 머리가 아프다’면서 교회를 옮기겠다고 얘기했고 곧바로 이 목사도 아내를 따라 교회를 나간다고 통보했다”면서 “그 와중에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던 에릭까지 교회를 옮긴다고 말해 간곡히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준호와 에릭 현은 고교 동창 관계이며 Y교회에 다니던 에릭 현은 이준호를 따라 이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에릭 현의 변호사는 이 목사 가족이 에릭에게 수만달러의 한국 송금을 강요하고 에릭의 크레딧 카드를 한도까지 사용했으며 교회로 사용하기 위해 스와니의 주택을 사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둘루스 교회 담임목사는 “이 목사가 스와니에서 교회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노크로스 교회 담임목사는 “삼성을 다니다 투자회사를 운영했다는 이 목사 가족이 경제 문제로 이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에릭이 8월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며 인사를 왔을 때 얼굴에 상처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에릭 현이 보석 석방을 승인받은 가운데 나머지 용의자들에 대한 영장 심사(preliminary hearing)가 오는 19일 귀넷카운티 법원에서 열린다. 용의자 이준현의 변호인인 제이슨 박 변호사는 “이날 보석 여부가 결정되고 검찰이 어떤 구체적인 혐의로 기소(indicted)할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이 용의자들을 중범죄 살인과 감금, 갱범죄 등의 혐의로 체포한 상태지만 검찰은 다른 혐의로 기소할 수도 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에릭 현처럼 무죄를 주장하거나 살인과 갱범죄가 아니라 형량이 낮은 과실치사(manslaughter) 등으로 혐의가 변경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주택에서 함께 거주하던 어머니가 같은 혐의로 체포되자 역시 한 집에 살던 아버지인 이 목사의 관여 여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이 목사가 도피 중이라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이 목사는 지난 9일 자신이 다니던 회사 관계자를 만나 “19일 아이들이 석방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슨 박 변호사는 “의뢰인의 아버지(이 목사)와는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고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본보는 이 목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살인사건이 일어난 로렌스빌 주택/America K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