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천사 아니면 악마’…경계선 성격장애란

근본 치료법 없어…스스로 질병 모르고 살기도

극도의 감정불안으로 과소비, 약물 중독 일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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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서운하게 대하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계를 끝내버릴 때가 많아요. 남자친구와 같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고, 언젠가 나를 떠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늘 불안하고 우울해요. 항상 공허해서 견디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고, 몇 시간 동안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평소 사지도 않을 물건을 많이 사기도 해요.

최근 ‘경계선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BPD)’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5일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 따르면, 경계선 성격장애는 그 동안 전 세계 인구의 1~1.5%의 유병률을 보였지만, 최근 2%를 넘어섰다.

경계선 성격장애는 이름 그대로 모든 상황, 사람에 경계선을 긋고 양극단을 불안정하게 오가는 질환이다. 불안정한 감정, 극단적인 행동,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상태가 특징이다. 사람에게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때문에 모든 사람을 천사 혹은 악마로 분류하고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들은 권태감과 공허함을 만성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자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 과소비, 난폭 운전, 여러 파트너와 무분별한 성관계 등 위험한 성행위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에서는 이같은 증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연인이나 부모처럼 가까운 관계가 아닌 이상 증상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전적, 환경적, 사회적 영향이 발병요인으로 꼽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이라고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 요인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일례로 예민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변화를 잘 알아내는 성격을 가진 아동이 부모로부터 학대와 보호를 번갈아가며 받게되면 그 결과로 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불안정한 심리적 패턴을 겪는 동안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마음이 한 편에 쌓이게 되고, 청소년기가 지난 후에는 불안정한 마음과 애정결핍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성인기 초기에 발병하지만, 평생 자신의 질병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성격장애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증상이 괴로워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받기 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스스로 질환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비관·자책하면서 파괴적인 행동(자해 등)을 해 병이 악화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경계선 성격장애를 확진할 수 있는 검사법은 없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와 상의한 후 환자의 상태에 기초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전부다. 이 때문에 경계선 성격장애는 망상 장애, 조현병(정신분열병), 조울중, 충동 조절 장애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던 중 발견되기도 한다.

약물 치료로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의 우울감, 충동적 증상을 완화시켜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1~2년 간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으나,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는 치료자를 의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가 자책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감정적인 공감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일관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