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층 “트럼프 재선 막자” 기록적 사전투표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흑인에 더 위험한 사회됐다”

“세 아들 위해 투표…오바마 출마 때보다 더 중대한 선거”

“흑인 아들 셋이 있기 때문이오”

애틀랜타에 사는 한 흑인은 워싱턴포스트(WP)에 10시간이나 기다려 사전 투표를 한 이유를 한마디로 이렇게 답했다.

WP는 11월3일 미 대선을 2주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우편투표, 조기 현장투표)에 흑인 유권자가 기록적으로 몰렸다고 19일 보도했다.

디트로이트 주의 한 흑인은 사전 투표를 한 이유를 묻자 “도널드 트럼프다. 그가 재선되지 않게 하려고”라고 답했고, 오하이오주의 흑인 유권자는 “화나는 것 투성이다”라고 대답했다.

조 바이든 후보에게 사전 투표했다는 한 흑인 유권자는 “특히 내 아들 때문이다”라며 “아들이 영리하든 공부를 잘하든 상관없이 사람들은 그를 흑인 남자로 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흑인 유권자가 사전 투표를 위해 엄청나게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면서 이들이 버락 오바마를 첫 흑인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결집했던 2008년보다 이번을 더 중대한 선거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WP는 “10개 주에서 흑인 유권자를 인터뷰해보니 그들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비상한 각오를 지니고 있었고 트럼프가 재선되면 민주주의가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흑인층을 사전 투표로 향하게 한 추진력은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바람”이라며 “일부 흑인 유권자는 ‘오바마 때보다 더 투표하고 싶다’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흑인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 우월주의자를 부인하지 않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보면서 흑인층에 미국 사회가 더 위험해졌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또 이번 대선이 두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절차가 아니라 인종적 불의에 맞선 기나긴 항거의 연장선에서 긴급히 들고 일어서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인종 문제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는 트럼프 정부를 겪은 흑인층이 이번 투표를 생사의 문제로 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를 보면 흑인이 백인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은 2배, 입원할 확률은 5배, 사망할 가능성은 2배 높았다.

이런 흑인층의 분위기는 사전 투표에 그대로 이어져 15일 사전 투표가 시작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투표 첫날 흑인의 비율이 30%가 넘어 4년 전 대선(23%)보다 훨씬 높았다.

조지아주 사전 투표에서 흑인의 비율은 15일 기준 32%로 4년 전을 앞질렀고 흐름은 디트로이트, 밀워키의 지역에서도 비슷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지난달과 이번 달 실시된 WP와 NBC 방송의 여론 조사결과 흑인층의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92%로 압도적이었다.

WP는 기록적인 사전 투표율과 관련해 트럼프 캠프에선 흑인층의 지지도 높다면서 공화당원 대부분이 표를 던지는 선거 당일 트럼프를 향한 지지를 상쇄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18일 기준 사전 투표한 미국 유권자는 2800만명으로 2016년 대선 전체 투표자의 20%를 넘었다.

퓨리서치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유권자를 인종별로 보면 백인이 67%, 히스패닉과 흑인이 각각 13%, 아시아계가 4%를 차지한다.

애틀란타에서 사전투표에 참가한 흑인 유권자 [AP=연합뉴스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