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쇼부터 피부 미용까지…만능 ‘레이저’의 세계

[생활과학] ‘균일한 빛’…정밀 조작이 필요한 의료, 미세 공정, 첨단 연구 등 활용

그린피스 회원들이 남산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촉구하는 레이저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밤하늘에 손전등을 비춰도 하늘이 밝게 보이지 않지만, 천체관측용 레이저를 이용하면 별을 가르킬 수 있다. 이런 레이저의 특성을 이용해 위성 추적이나, 레이져 쇼를 하는 등 밤하늘의 레이저는 과학적으로도 미적으로도 다양한게 활용된다.

밤하늘뿐 아니라 피부과나 안과 같은 의료분야에서도 흉터를 제거하거나 각막을 깍아내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같이 레이저를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레이저가 파장, 위상, 편광 등 전자기파의 주요 특성이 잘 정리되어있는 ‘균일한 빛’이기 때문이다. 빛이 일정해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의료, 미세 공정, 첨단 연구 등에 활용 될 수 있다.

레이저는 크게 △빛을 발생시키는 매질 △빛을 모으고 증폭시키는 광공진기 △매질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원 등 3가지 구성으로 이뤄진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는데, 원자나 분자에 따라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계단처럼 1단계, 2단계, 3단계 등등의 방식으로 격차가 존재한다. 일상적으로는 ‘바닥 상태’라고 부르는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 머물지만, 적당한 에너지가 외부에서 주어지면, 2단계나 3단계 이상의 에너지 상태를 가지게 된다.

높은 에너지 상태로 들뜨게 된 전자는 자연스레 더 안정된 낮은 에너지 상태로 돌아가는 데 이때 빛(전자기파)를 내보낸다. 이를 자연 방출이라고 부른다. 들떠있는 상태의 전자는 자신이 자연방출 하는 빛과 같은 파장의 빛을 만나면 파장, 위상, 방향이 동일한 빛을 내보내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유도 방출이라고 부른다.

광공진기의 거울로 매질에서 전자가 들떴다가 가라앉으며 나오는 빛을 다시 매질로 돌려주면, 유도 방출에 의해 같은 성질의 빛을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에너지원에 의해 들뜨게 된 매질에서 빛이 나오고, 그 빛이 광공진기의 거울에서 반사되어 매질도 다시 들어가 유도방출을 일으켜 더 많은 같은 성질의 빛을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원과 매질의 종류에 따라 레이저는 고체, 가스, 반도체, 광섬유 등 다양하게 개발되어있다.

레이저의 ‘균일한 빛’이라는 특성은 에너지를 집중시키기 좋아, 드론 타격 같은 군사 분야에서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무인 드론을 근거리에서 격추시킬 정도의 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해 관련 사업체에 시제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레이저는 냉각에서도 쓰이고 있다. 레이저 냉각은 1997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정도의 혁신적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본적인 개념은 원자가 광자를 흡수하면 힘을 받는다는 양자역학 원리를 응용해 원자의 움직임을 포획하는 것이다.

입자의 이동방향의 반대쪽에서 레이저를 쐬어주어 움직임을 방해해 속도를 낮추는 것을 여러방향에서 반복해 입자의 움직임을 극소화해, 절대영도에 가깝게 냉각시키는 것이다. 레이저를 활용한 냉각 기술은 보즈-아인슈타인 응축과 같은 양자 효과를 관찰하는 등 첨단 관찰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