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업그레이드 후에도 계속 도난”

WSJ “7%만 도난방지 소프트웨어 설치…업데이트 차량도 또 도난”

산타페를 파는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딜러샵
산타페를 파는 콜로라도주의 한 딜러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에서 ‘도둑질 챌린지’의 대상이 된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들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후에도 계속 도난당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를 훔치는 법을 알려주며 도둑질을 독려하는 영상이 퍼진 여파로 양사는 지난 2월 도난방지 소프트웨어를 내놨으나, 석 달이 지나도록 아직 이러한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차량 소유주가 많은 데다 심지어 업그레이드를 완료한 자동차가 또 도난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동차 딜러들과 몇몇 주의 관리들은 현대차가 안전 리콜을 하지 않은 것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WSJ에 밝혔다.

무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조치는 안전 리콜만큼 차량 소유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리콜 대신 딜러들에게 안전과 무관한 문제를 어떻게 고칠지를 안내하는 정비회보를 돌렸으나, 정비회보에 실린 안내는 리콜 공지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 미시간주의 한 자동차 딜러는 전했다.

게다가 정식 딜러가 아닌 다른 자동차 회사 대리점에서 파는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는 이러한 안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디트로이트에 사는 애슐리 싱글턴은 지난 3월 미시간주 앤아버의 한 자동차 대리점에서 중고 스포티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구입한 바로 다음날 이 차를 도난당했다.

싱글턴이 이용한 대리점은 뷰익-GMC 딜러여서 스포티지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샤나야 디아스는 도난방지 소프트웨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자신의 스포티지를 도난당했다. 그가 스포티지를 도난당한 것은 지난해 8월과 12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현대차와 기아는 틱톡 등 소셜미디어 업체들과 협의해 도난 챌린지 영상과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으나, 최근 차를 훔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포함된 새 영상이 등장했다.

이러한 도난 사건이 계속되면서 양사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 차를 잃어버린 일부 차주는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 도난에 관한 집단소송에서 피해자들과 약 2억달러에 합의했으나, 17개주 법무장관들은 지난달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서한을 보내 리콜을 공식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