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복용한 미국 유학생, 고발당했다

 

한국 정부 “복용은 자유, 질문서 사실기재는 의무”

지난달 25일 입국…”공동체 안전위협 이기적 행동”

한국 정부가 해열제를 복용한 상태로 입국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유학생을 고발 조치했다. 해열제 복용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건강상태질문서에 ‘증상 없음’으로 허위 사실을 기재해 검역법을 저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사 사례 방지 차원에서 해당 유학생에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이 유학생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인천공항 검역소는 지난달 25일 해열제를 복용한 상태로 입국하면서 건강상태질문서도 고의로 허위 기재한 미국 유학생 A씨(18)를 검역법 위반 사유로 이날 고발 초치했다. A씨는 부산 거주자로 캔자스주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귀국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A씨가) ‘증상 없음’에 표시했으나 이후 역학조사에서 그 이전인 23일부터 기침, 가래, 근육통 등의 증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학생 A씨는 지난달 25일 해열제를 복용한 상태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검역을 통과했고, 다음 날인 26일 거주지 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미국발 입국자라 특별입국절차 대상이었으며,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하고 이에 근거한 검역조사와 진단검사를 수행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A씨는 해열제 복용으로 발열을 감춘 데다, 건강상태진술서마저 허위로 기재해 무증상자로 분류됐다. 특별입국절차 상 무증상자는 귀가 조치후 자택에서 14일간 자가격리 생활을 하다.

그러나 다음날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감염 확진자로 판정을 받으면서 건강상태질문서 허위 기재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A씨는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증상 발병일을 묻는 역학조사관의 질문에 귀국 이전일이라고 답했다.

앞서 해외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 1월 중국 우한시의 중국인 관광객은 기침,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었으나 프랑스로 출국하기 직전에 해열제를 복용해 중국 공항을 무사히 떠난 것이 SNS상에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제주도 관광 후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중국인은 제주도에 머물 당시 약국에서 해열제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출국을 위해 고의적으로 해열제를 복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 중국인으로 인해 해당 약국과 방문지는 휴업 및 방역 조치가 취해졌고 접촉자로 분류된 호텔 직원들은 격리를 당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항공사 등의 협조를 요청해 발열 증상이 있는 승객의 한국행을 막고 있지만, 해열제 복용까지는 현지나 국내 입국 과정에서 확인할 수 없다. 입국 시 기침, 발열 증상 여부를 기재해 입국시 제출하는 건강상태질문서만이 유일한 확인 방법이다.

해열제를 먹고 해외 공항에서 국내로 들어오더라도 기침, 발열 등 증상이 있었다면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유증상자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입국자가 고의로 증상을 은폐하면 검역관은 무증상자로 여겨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해열제 복용 등으로 증상을 숨기고 검역을 통과하는 사례는 같이 비행기를 탑승한 사람들,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접촉자들에게 감염 위험을 전파하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에 피해를 일으키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임을 유념해야 한다”며 “입국하는 모든 분들이 이러한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검역 관계자들이 입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