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장 선거 다시 파행…선관위원 줄사퇴

4년 한인회비 납부 규정 놓고 이견…경선 사실상 무산

“특정인 당선 위한 무리수” 여론 불구 위원장이 강행

제36대 애틀랜타한인회장 선거가 결국 파행을 맞으면서 한인들이 한인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재승)는 지난 8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재승 위원장이 도입한 회장 출마 자격인 ‘4년 연속 한인회비 납부’ 규정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토론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위원들은 표결을 실시했고 표결 결과 역시 규정 폐지 3명과 유지 3명으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이재승 위원장이 출장으로 인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선관위원 1명이 규정 유지에 찬성의사를 표했다며 4년 납부규정 유지를 선언했다. 회의 이후 최병일 부위원장이 위원직 사퇴를 선언했으며 다른 선관위원 2명도 곧 사퇴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연속 규정에 반대한 위원들은 “한인회칙에도 없는 회비 납부 규정을 도입하면서 4년 연속 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특정 후보를 위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관위가 4년 납부 규정을 고수하게 되면서 기대를 모았던 경선은 사실상 무산됐다. 4년 연속 회비를 납부한 후보는 이홍기 현 회장 밖에 없기 때문. 김형률 후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4년전 제34대 회장 선거 당시와 마찬가지로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도와주려 한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한인회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형률 후보를 지원하는 인사들은 “이홍기 현 회장이 스스로 한인회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고립된 한인회를 만드는 선택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성갑 전 한인회 정치참여위원장은 “재임에 나서는 현 회장이 사퇴도 하지 않고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을 임명해 의혹을 자초했다”면서 “이 회장부터 현직에서 사퇴하고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인사는 “이같은 규정을 만든 이재승 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이 4년간 한인회비를 냈는지 의문’이라면서 “이홍기 회장과 이경성 이사장이 결단을 내려 이재승 위원장을 해임하고 당당하게 경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직 한인회장은 “올해 한인회에 대한 기부가 단 1달러도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 반성해야 할 이홍기 회장이 무리하게 재임에 도전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면서 “이홍기 회장이 이런 방식으로 재임하게 되면 한인사회 전체가 한인회를 외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선거관리위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