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부모 자녀 양육 비결은 ‘눈치’

CNBC, 특별기고 통해 한국식 교육 장점 소개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은 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경제 전문매체 CNBC에 한인 칼럼니스트가 “똑똑하고 성공적인 자녀를 양육하는 한국부모들의 비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뉴저지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작가 유니 홍(Euny Hong)씨는 이 글을 통해 “어렸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배운 단어 가운데 하나가 ‘눈치(nunchi)’이며 이는 말 그대로 번역하면 ‘eye-measure’가 된다”고 전했다. 그는 “눈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채는 ‘예술’이며,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분위기를 이해하는 능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해당 칼럼을 번역한 것이다.

“속도는 눈치의 최고봉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상대방이) 새로운 말이나 제스처, 얼굴 표정을 제시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켜 나간다. 한국에서 눈치는 또한 ‘초능력’이다. 눈치가 아주 빠른 사람은 심지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며 인생이나 사업의 파트너를 기막하게 선택하는 재주를 발휘한다. 그들은 직장에서도 빛을 발하고 위협적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사회적 불안감까지 스스로 해소한다.

눈치를 ‘공감(empathy)’과 종종 혼동하기도 하는데 사실 공감이 지나치면 오히려 심리가 불안정해진다. 눈치는 공감과는 달리 조용한 관찰을 우선시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안정적인 기반위에서 대응책을 생각하는 것이다. 눈치의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눈과 귀가 필요하며 차분한 마음이 더해지면 ‘포스’가 배가된다.

전통적인 한국식 자녀양육법에서 눈치는 보통 “길을 건널 때 양쪽을 모두 살펴라”, 또는 “여동생을 때리지 마라” 등의 지시로 전해진다. 이러한 눈치 교육은 이르면 3살때 시작되는데 한국에는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한국 어린이들이 가장 자주 듣는 꾸중 가운데 하나가 바로 “너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니?”이다.

어렸을 떄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 내가 “일부러 지니 엄마를 화나게 한 건 아니에요”라고 항변하자 아버지는 “고의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서구인들은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당신의 자녀가 다른 사람을 우연히 화나게 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고의로 하는 것이 좋은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어린이가 일부러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떄는 최소한 그 행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있다. 즉 형제에게 복수를 하거나 부모의 화를 돋우려하는 것 등이다. 한국적 사고로는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고 ‘우연히’ 행동하는 어린이는 한마디로 눈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착하고 상냥해도 한국 부모가 보기엔 눈치없는 아이는 세상살기가 힘든 존재이다.

한국 부모들이 눈치를 가르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첫번째 레슨은 “네가 전부는 아니다”이다. 예를 들면 뷔페식당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4살짜리 아들이 “배고프다”며 칭얼댈 때 한국 부모는 “불쌍한 내 아들, 미안해”라고 하지 않고 “주변을 돌아봐, 모두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 배고픈 사람이 너 혼자 뿐인 것 같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교육은 세상이 나 자신을 위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려주는 아주 귀중한 레슨이다.”

기사 원문 링크

유니 홍의 저서 ‘눈치의 힘’/Penguin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