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는 싫어”…바이든, ‘슈퍼볼 인터뷰’ 안한다

정권 비방 보수매체 폭스 중계에 오랜 관행 인터뷰 취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들의 오랜 관행인 ‘슈퍼볼 인터뷰’가 올해 취소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악연을 이어온 보수 매체 폭스와 인터뷰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11일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날 예정된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중계에 앞서 방영되는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슈퍼볼은 미식축구 양대 컨퍼런스인 내셔널 풋볼 컨퍼런스(NFC)와 아메리칸 풋볼 컨퍼런스(AFC)의 결승전으로 명실상부한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다.

방송사들이 해마다 돌아가며 중계하는 슈퍼볼에 앞서 미국 대통령은 해당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미식축구를 포함해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혀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NBC·CBS 방송과 슈퍼볼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올해는 중계권이 폭스로 넘어가며 인터뷰를 둘러싸고 백악관과 방송국 사이에 벼랑 끝 대치가 이어졌고 결국 관례로 여겨진 인터뷰 취소로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전 미국의 이목이 쏠리는 인터뷰를 포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손실이지만, 눈엣가시 같은 폭스에 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할 ‘독상’을 마련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던 셈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폭스 그룹의 주력인 폭스뉴스와 바이든 대통령의 인터뷰를 취소하는 대신 흑인들이 주로 보는 스트리밍 서비스 폭스소울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것 또한 불발됐다고 전했다.

보수 매체인 폭스는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비방에 가까운 비판 기조를 이어가며 구원을 쌓아왔다.

다만 민주당 정권과 폭스의 골 깊은 악연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결정은 이례적인 게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폭스와 역시 불편한 관계로 일관했지만, 슈퍼볼 인터뷰는 관행대로 진행했다.

백악관과 폭스는 인터뷰 최종 불발을 놓고 책임 공방도 이어가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트윗을 통해 “대통령이 폭스소울과 인터뷰에서 국정연설을 비롯해 핵심 현안에 대해 인터뷰하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폭스 측에서 인터뷰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폭스는 인터뷰팀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DC까지 이동했는데도 백악관에서 인터뷰를 취소했다고 반발했다.